<에스파 싱크로드>가 탄생하기까지
- 영상 디자이너의 일 ·아이디어· 원동력에 대한 모든 것 📝
글. 콘텐츠사업 Unit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강성혜 팀장,
콘텐츠제작 Group 신해진, 박정하, 최정은 디자이너
뉴욕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슬로건, 바로 ‘I❤NY’입니다. 이 슬로건은 1977년부터 올해 3월 리브랜딩 전까지 40년 넘게 뉴욕을 상징하는 로고이자 슬로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로고를 창조해 낸 그래픽 디자이너가 바로 밀튼 글레이저인데요. 한 도시를 넘어 강력한 파워를 가진 성공한 디자인 브랜드인 ‘I❤NY’를 창조해 낸 그가 밝힌 디자인에 대한 철학 역시 그의 로고만큼 이나 디자이너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세 가지 반응이 있다. Yes, No, 그리고 Wow. ‘Wow’가 바로 나의 목표다.
- 밀튼 글레이저
‘콘텐츠’라는 산업 안에서 우리는 늘 새로운 창조와 ‘WOW’한 아이디어를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SM C&C의 예능, 드라마, 오리지널 콘텐츠 등 다양한 플랫폼의 영상 콘텐츠·프로그램 탄생의 한 축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작진(PD)들의 카메라에서, 다른 한 축은 바로 영상 디자이너들의 손을 통해 탄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콘텐츠 사업 Unit 디자이너들은 프로그램의 기획안/제안서 작업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의 얼굴이 될 로고와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영상의 말 맛을 높여 줄 자막을 디자인합니다. 영상 곳곳의 CG 작업과 소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제작 과정 안에 그들이 손길이 닿지 않는 씬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과 함께 노를 저어야 하는 기획자들에게 콘텐츠 영상 디자이너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하고 어떠한 일의 원칙을 가지는지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SM C&C 콘텐츠사업Unit에서의 ‘Wow’를 꿈꾸는 3인의 디자이너들이 탄생시킨 대표 프로그램 에스파의 <싱크로드>의 제작 과정 속 디자이너의 일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영상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어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Keyword 1. 탐색(Explore)하다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전 제작진과의 디자인 회의를 시작하며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일에 들어가기 앞서 큰 틀의 디자인 회의를 먼저 진행하는 과정입니다. 프로그램의 방향성이나 톤 앤 매너를 조율하는 회의로 제작진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먼저 듣고 가능한 부분인지 등을 체크하게 되는 거죠.
영상 디자이너들은 보통 컨셉을 떠올리고 정할 때 프로그램 기획의 의도 안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어떤 색을 띠는지, 그 정체성을 읽는 것을 가장 먼저 시작합니다. 리얼리티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인지와 같은 장르의 정체성 말이죠.
콘텐츠 사업 Unit에서의 작업들의 경우, 보통 리얼리티 장르인 경우가 많아서 아티스트 고유 컬러로 컨셉을 잡고는 합니다. 이번 에스파의 싱크로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메인 컬러가 보라색으로 생각했는데, 마침 에스파라는 그룹의 고유 컬러이기도 하면서 ‘싱크로드’라는 제목의 신비한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아 그 느낌을 고려해 컨셉 컬러로 잡았습니다.
첫 디자인 회의를 앞두고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탐색합니다. 그 과정에서 컬러나 폰트같이 시각적인 레퍼런스 외에도 아티스트에 대한 다방면의 정보들을 숙지하고 회의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특히, 에스파는 메타버스 세계관과 닿아 있는 그룹이기에 세계관과 관련된 용어나 콘텐츠를 많이 보고 풀어낼 만한 것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Keyword 2. 규정(define)하다
디자인을 통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데 결과값의 도출까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포맷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유사한 결의 다른 프로그램의 레퍼런스를 찾다 보면, 실제 저희 디자인을 제작을 하다 가도 유사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에, 어떻게 차이점을 두어 설득하고 제작할지를 고민하고 방향의 키를 잘 잡고 제작해야 합니다. 보통 메인 디자이너 한 명이 아니라 제작팀 그리고 다른 디자이너들과 소통을 계속합니다. 비슷한 느낌이라도 색상 등에 다른 디테일한 포인트를 주면 차이점이 분명히 생기니까, 아이디어를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해결점을 찾아내는 거죠.
사실 에스파의 <싱크로드>를 가지고 저희 디자이너들이 처음 잡았던 디자인 방향성은 완성된 디자인물보다는 더 사이버틱한 느낌이었습니다. 제목 자체가 싱크로드이기도 했고 에스파라는 아티스트가 갖는 이미지적인 부분도 사이버틱한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제작 쪽에서는 방점이 좀 더 리얼리티에 찍혀 있었고, 감성적이고 귀여운 느낌이라 회의를 진행하면서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콘텐츠/영상 디자인이라는 일 자체가 여러 팀들과 협업하고 서로의 일이 없이는 완성형에 도달할 수 없기에 많은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방향성을 잡아갑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입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방향성 안에서 뽑아내는 편입니다.
Keyword 3. 실행(Execution)하다
프로그램의 디자인은 통상 로고 작업부터 시작하는데요. 로고의 톤을 잡고 확정이 되어야 나머지 소품들도 같은 톤으로 제작이 가능해서 로고를 먼저 제작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결의 레퍼런스를 찾아 제작진 쪽으로 공유한 후,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한 큰 틀을 정리합니다. 레퍼런스를 공유하는 단계에서 틀에 갇히지 않고 러프한 시안들을 계속해서 여러 번 작업해 보는 시도들도 해보도록 하고요. 그 후 1차 제작에 들어가고 시안을 전달하면 N차 수정의 과정이 저희를 기다립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디자인은 프로그램 제작 전 기획 단계에서 70% 이상의 힘을 투여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기획 단계에 명확한 컨셉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컨셉 부분을 다 잡게 되면 한시름 놓는 부분도 있기도 하고요. 후반까지 일관된 이미지로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로고의 방향이 나오고 이를 토대로 촬영에 필요한 소품 리스트를 전달받습니다. 소품의 디자인 시안 작업을 하여 제작 업체에 넘기면 촬영 전 제작진에 완성된 소품을 전달하여 프로그램 안에서 사용됩니다.
Keyword 4. 구현(implementation)하다
기존에 있던 시리즈의 연작으로 프로그램 제작 후작업에만(ex. 새로운 시즌 프로그램의 포스터 작업 등) 투입되는 차원이 아니라 이번 에스파의 <싱크로드>의 경우, 자막의 디자인도 CG도 처음부터 잡아가야 했기에 프로그램 기획단에서부터 디자인이 깊게 관여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시리즈성 연작의 디자인을 작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부분 위주로 생각을 하고 작업하는 데 반해, 에스파의
의 <싱크로드> 프로그램의 디자인 작업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부터 달라야 했고, 보여지는 디자인 요소 안에 프로그램의 색을 어떻게 녹이고 설득시킬 지에 대한 고민들 – 제작단과 비슷한 고민들을 디자인 단에서 계속하면서 작업하게 되어 저희 팀에는 더 의미가 깊었습니다.
물론, 촬영이 완료가 되고도 디자인 회의는 계속됩니다. 후반 디자인 작업에 대한 회의인데, 보통 자막과 CG톤을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보통은 촬영 후 바로 편집이 시작되기 때문에 자막 디자인을 먼저 잡아 전달하고 그 이후 프로그램의 릴리즈 전까지 포스터 작업을 진행합니다.
프로그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터는 대외적으로 시청자에게는 가장 먼저 보여지는 요소인데요. 시각적으로 프로그램을 어필할 수 있는 접점이 되는 것이기에 비주얼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잘 녹일 수 있어야 하고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에스파만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다른 프로그램 대비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이기 때문에 이를 컬러나 폰트, 그래픽 요소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Keyword 5. 발행(release)하다
편집을 하는 사이사이 필요한 CG도 의뢰를 받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은 대개 CG를 제작합니다. 프로그램 편집이 마무리될 때 디자인 업무도 같이 마무리되는 편입니다. 이 즈음 결과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하나, 둘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시청자 반응, 댓글의 피드백 등을 참고해 후반에 제작되는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참고하는 편입니다.
#히든 스테이지: 반복과 순환
방영이 시작되었습니다. SNS에 업로드되는 하이라이트, 미공개 영상의 썸네일이나 각종 프로모션 디자인, 프로그램 스틸 영상에 필요한 보정이 방영 후에 시작이 됩니다. 흔히들 디자이너들이 하는 N차 수정에 선입견이 있기도 한데,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영상 디자이너들이 계속 디자인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제작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무대 밖 매력을 발견하며 오늘도 재미있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198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 허버트 알렉산더 사이먼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디자이너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현존하는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고안해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디자이너다.’
현존하는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SM C&C 콘텐츠 사업 Unit 디자이너 3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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