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한 스푼, 당신의 토핑은?
요즘 소비자들은 기본 상품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토핑’을 추가하는 데 익숙합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조합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상품을 완성하는 것은 하나의 소비 패턴이 일상에 자리 잡았죠.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토핑경제’입니다. ‘토핑경제’란 ‘제품이라는 피자 위에 어떤 토핑, 즉 어떤 옵션을 얹느냐’가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소비 패턴을 뜻합니다. 올해 초 소비 트렌드 보고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토핑경제’의 확산 속도에 주목하고, ‘토핑경제’가 ‘커스터마이징’을 넘어 소비자가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하나의 소비 방식이 되었다고 정의했습니다. 토핑 경제의 시대에는 기능과 가격 경쟁력이 아닌 브랜드의 세계관, 스토리, 그리고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
‘토핑’이 만든 스테디셀러
남녀노소 모두가 알만한 대중 브랜드가 된 ‘요아정’과 '크록스'는 토핑경제를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50가지가 넘는 토핑을 원하는 대로 조합해 개성과 선택을 중시하는 2030 세대의 취향을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와 수요를 늘렸습니다. 지난해에만 젊은 층의 인기에 힘입어 가맹점 수가 빠르게 증가했고, 올해 1월에는 6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한때, ‘못난이 신발’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크록스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발 구멍에 끼우는 장식인 ‘지비츠’로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역시 ‘토핑경제’가 주효했습니다. 원하는 지비츠를 골라 크록스를 꾸미며 나만의 제품을 만들며 하나의 문화로 소비되었기 때문이죠. 크록스에 따르면, 크록스 상품 전체 매출 대비 ‘지비츠 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7%이고, 크록스 매출은 2018년 10억 9000만 달러에서 2022년 26억 6000만 달러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선택=표현, 토핑경제의 자연스러운 확장
토핑경제는 최근 몇 년간 소비 환경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현상입니다. 확산의 동인을 살펴보자면,
첫째, 과잉 정보와 선택지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나만의 확실한 기준’을 찾고자 합니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중에서 가격과 기능으로 선택하기보다는 내 취향과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소비 주도권’을 갖고 큰 만족감을 얻습니다.
두 번째,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브랜드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개인 맞춤형 옵션을 늘리고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조합이나 표현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되도록 설계하고,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자기표현과 개성 중시 문화가 확산되며, 소비를 통한 자기표현 욕구가 커졌습니다. 대량생산 제품보다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상품에 열광합니다. 어떤 소비를 하느냐가 내가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네 번째, 일상 속 작은 사치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심리적 위안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토핑’을 선택하는 행위 자체로 일상의 활력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폰도 신발도 아파트마저도… 다 ‘꾸’ 할 수 있다
브랜드들은 이제 기본 제품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조합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단순한 기능이나 가격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는 옵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들에게 ‘토핑’은 상품을 꾸미는 선택지를 넘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꾸꾸꾸(꾸미고 꾸미고 또 꾸민다)’ 열풍으로 대변되는데요. ‘꾸꾸꾸’ 열풍은 가방, 신발, 의류 등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놀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가방에 다양한 키링과 인형을 달아 꾸미는 ‘백꾸’(가방 꾸미기), 신발에 액세서리를 붙이는 ‘신꾸’(신발 꾸미기), 선글라스에 장신구를 탈부착하는 ‘선꾸’(선글라스 꾸미기)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에 MZ세대가 소비를 이끌던 식음료∙패션∙뷰티 업계를 넘어 가전, 가구, 주거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지난해 다이슨의 블루투스 헤드폰 ‘다이슨 온트랙’은 2,000가지 이상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구성을 선보이며 단숨에 관심을 모았고, 소비자 특성에 맞춰 가구를 조립∙배치하는 모듈형 가구도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선택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랩니다.
여기에 가구 브랜드 일룸의 ‘쿠시노 코지’ 침대는 단순 옵션형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가구 구성을 변화할 수 있도록 진화했고, 포스코이앤씨는 유연하게 변형되는 공간이라는 뜻의 ‘플렉시폼’ 평면도를 통해 아파트마저도 원하는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소비재 산업 전반에서 ‘토핑’은 어느새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AI 발전으로 정교하게 진화하는 토핑, 그리고 토핑 생태계의 필요성
기업들은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더 섬세하고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산업에서 구체적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기업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더욱 정교하게 파악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OTT 플랫폼의 맞춤형 추천 콘텐츠, 온라인 쇼핑몰의 필터 기반 상품 추천 등은 일반화된 개인화 상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추가 요금으로 공유 기능을 선택하거나, 커피 브랜드의 정기 구독 서비스에서 원하는 음료, 사이즈, 시럽까지 맞춤 설정하는 것처럼, 소비자는 정해진 틀을 넘어 자신만의 조합으로 구독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고, 기업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해졌습니다.
지속가능성과 가치소비도 토핑경제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에서 리사이클 원단을 추가 비용으로 선택하거나, 자동차 옵션 구성 시 친환경 부품, 탄소 절감 패키지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에 따라 소비를 ‘토핑’하고, 기업은 ESG 경영을 실질적인 선택지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더 이상 브랜드가 정해놓은 틀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앞선 여러 브랜드들의 사례로 자명해졌습니다. 이제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완벽한 하나의 기성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스스로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하는 ‘창의적 소비’에 익숙해져 '판매 완료'가 더 이상 소비자 구매 여정의 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 2의 요아정이나 크록스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상품의 기획만이 아닌 브랜드만의 다양한 토핑의 세계를 구축하고 즐거운 ‘토핑 생태계 경험' 설계를 통해 계속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게 만드는 전략에 대한 브랜드와 마케터들의 고민은 계속해서 깊어질 전망입니다.
*사진출처=리사 인스타그램, 크록스 코리아, 젠틀몬스터, 다이슨, 일룸, 포스코이앤씨, 이디야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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