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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Insight

「오늘의 쇼핑」‘라방’하고 ‘당근’하는 MZ세대의 쇼핑법

 

배민에서 ‘화장품’ 사고, 카톡에서 ‘구찌’ 지르는 시대

 

 

“고객님이 주문하신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20분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2019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B마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받아볼 수 있는 알림톡이다. 식료품은 물론 화장품과 반려동물 간식까지 20~30분이면 받아볼 수 있다. (단, 교통 상황이나 인프라에 따라 차이는 있다) B마트는 그 편리함에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 2020년 8월 기준 론칭 초와 비교해 매출이 963.3% 증가하기도 했다.[1]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멈췄으나, ‘유통’과 ‘쇼핑’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있다.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던 온라인과 디지털로의 전환이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만나 더욱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온택트(On+Untact : 온라인을 통한 연결을 의미)’의 시대가 왔다. 이런 온택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MZ세대에겐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에 가는 것보다 침대에 누워 B마트를 이용하는 일상이, 마트에서 카트를 끄는 것보다 새벽 배송 온 식료품을 정리하는 아침이 익숙하다.

 

전통적인 ‘유통’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마켓컬리와 같은 신생 유통 채널도 계속 등장하고, 네이버카카오도 '페이 서비스'를 앞세워 유통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 간다. 심지어 송금 서비스 앱 ‘토스’ 에서 반짝 특가로 ‘생수’를 구매하는 것이 자취생 쇼핑 꿀팁으로 돌기도 했다. 면세점이나 백화점 온라인 몰에만 입점했던 명품 브랜드도 MZ세대 공략을 위해 이들의 주 소통 채널인 카카오와 네이버로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2020년 2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선물 섹션을 마련해, 이제는 이를 통해 2~300만 원을 호가하는 구찌, 버버리, 생로랑의 가방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까지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배민으로 화장품 사고, 카톡에서 구찌를 지르는 시대.

급변하는 ‘유통’과 ‘쇼핑’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Part 1. 체험과 재미도 파는 ‘라이브 커머스’에 빠진 MZ세대 

급변하는 쇼핑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을 꼽는다면 ‘라이브 커머스’를 들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라이브 영상과 채팅을 통해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
TV 홈쇼핑이 모바일 디바이스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옮겨온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라이브 커머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16년 대중화되었으며, 한국에서도 텍스트나 글보다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연예인보다 나와 비슷한 인플루언서가 주는 정보를 신뢰하는 ‘팔로인’ 성향을 가진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2~3년 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일쉐어의 ‘스쉐라이브’다. Z세대의 문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타일쉐어 는 이들이 선호하는 연두콩, 밤비걸 같은 인플루언서와 협업과 유튜브를 보는 듯한 재미있는 기획으로 Z세대를 사로잡았다. 작년 9월부터 160회 이상의 파일럿 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스쉐라이브’는 올 2월 정식 론칭했으며, 거래액이 전월 대비 10배 상승하기도 했다.[2]

 

 

Z 세대의 문법을 잘 이해하고 있는  ‘ 스쉐라이브 ’

 

그러나 본격적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이목을 끈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다. 2020년 4월 롯데 아울렛 파주점 아디다스 매장은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언 와중 일매출 2억4천만 원을 달성했다.[3] 네이버와 협업하여 진행한 ‘아이다스 창고 털기’ 라이브 커머스 방송 덕이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던 ‘라이브 커머스’는 코로나19로 인한 급속한 온택트 전환 속, 그 저력을 보여주며 세대를 뛰어넘어 이커머스 시장의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이해를 돕기위해 TV 홈쇼핑과 비슷하다 설명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TV 홈쇼핑과 차이가 크다. 라이브 커머스에서 소비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적극 참여한다.

 

‘송이버섯 500g이면 개수는 몇 개예요?’

‘저 반지도 착용해 봐주세요’ 

‘꼬막눈(꼬리가 막힌 눈)인데 아이라인 어떻게 빼는 게 좋아요?' 

등 구체적인 질문과 요청을 실시간으로 쏟아 낸다.

 

이를 통해 인터넷 판매 페이지의 상세 정보나 홈쇼핑의 일방향 소통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내가 궁금했던 진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구매 전환율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구조다 보니 꾸밈없고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신뢰도 높다.

 

라이브 커머스의 또 다른 매력은 ‘콘텐츠’를 보는 것 같다는 점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인플루언서’가 출연해 소통하며,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매장 체험, 요리, 먹방, 코디 팁 공유, 홈트레이닝 클래스, 참치 해체쇼 등 생생함이 살아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진다. ‘실감’나는 체험과 ‘재미’를 극대화한 구조는 라이브 커머스를 단순 쇼핑이 아닌 유튜브 콘텐츠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지난 10월 초,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는 ‘2020 강원도 햇감자 페스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진행됐다. 올해 3월 강원도 감자 포켓팅*(포켓팅 - 감자(Potato)와 매표(Tiketing)를 결합한 '포켓팅'이라는 신조어)으로 한 차례 이슈가 된 강원도 감자를 판매하는 방송이었다. 포켓팅의 주인공이라는 것과 10kg에 1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준비한 물량이 전부 소진됐다. 결국 1시간 동안 진행된 라이브 방송은 제품 판매 없이 감자 요리와 먹방으로 채워졌으나, 많은 소비자가 라방을 즐기듯 콘텐츠를 보기도 했다.

 

시작과 동시에 감자는 품절됐으나 ,  소비자들은 라방보듯 즐겼다 .

 

많은 유통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네이버의 ‘네이버 쇼핑 라이브’다. 새로 가입하거나 앱을 다운 받지 않아도 되고, 방송을 보며 네이버 페이로 구매할 수 있는 간편함 덕에 빠르게 자리잡았다. 또 다른 플랫폼 공룡인 카카오도 지난 10월 12일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카카오 쇼핑 라이브’의 정식 오픈을 발표했다. 11번가, 티몬, 신세계, 롯데도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아프리카TV도 BJ를 내세워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뛰어들 것을 선언했다.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도 등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3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3년까지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4]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판세를 주목해봐도 좋겠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 네이버 쇼핑 라이브 ’

 

Part 2. MZ세대는 ‘새것’만 사지 않는다. 뜨고 있는 ‘중고마켓’

 

2020년 온라인 쇼핑 분야의 또 다른 화두는 ‘중고거래 앱’이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월간 순 이용자 수(MAU)가 162만 명에서 446만 명으로 무려 2.7배나 늘어난 ‘당근마켓’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1번가, 위메프, G마켓 등 기존의 오픈마켓 강자들을 누르고 전체 쇼핑 앱 중 1위 쿠팡(397만 명)에 이어 2위를 차지[5]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이제 새 제품만 쇼핑하지 않는다. ‘쇼핑’을 생각했을 때,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 떠올렸다면, 이제 그 인식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왔는지도 모른다.

 

MZ세대에게 중고거래란 ‘가성비 소비’뿐만이 아니다. 이들에게 중고거래는 일종의 ‘힙’하고 ‘트렌디’한 쇼핑 행위다. 한정판 스니커즈나 굿즈 같은 희소성 높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손에 넣거나, 새 제품과 다름없는 민트급 중고품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하며 일반 유통 채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또 소비자인 동시에 판매자도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내 취향의 제품을 파는 셀러가 되어 좋은 판매자로서의 평판을 쌓으며 재미를 느낀다.

 

 

매너 온도로 셀러로서 평판 쌓는 재미를 주는 당근마켓

 

 

한편, 중고마켓은 황당하고 웃긴 썰과 밈이 넘치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에는 ’당근마켓 거래 후기’가 핫하다. 당근마켓으로 거래하다가 좋은 형동생이 되었다든가, 귀여운 아이를 만나 사탕을 선물 받았다든가 하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고, 사기꾼이나 진상을 만나 응징한 사이다 후기도 넘쳐난다.

 

커뮤니티와 되며 중고거래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종이로 직접 접은 웰시코기를 판다거나 벌레를 잡아달라거나, 설거지를 대신 해달라는 요청까지 눈에 띈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느슨한 교류와 재미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고거래는 MZ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MZ세대는 이전의 그 어느 세대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고 가꿔 나가는데 관심이 많다. 좁게는 나의 일상부터 넓게는 환경과 동물권까지 고민하는 것이 MZ세대다. 이런 MZ세대는 중고거래를 통해 덜어내고 비워내며 내 일상을 심플하게 가꾸는 ‘미니멀리즘’이나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 ’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서 오는 뿌듯함에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소비를 하는 MZ세대를 필자가 속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선 ‘세컨슈머’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런 중고거래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흐름에 기업도 반응하고 있다. 무신사는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을 런칭했으며, 네이버 스노우도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대표주자인 프라이탁은 별도의 비용 없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가방을 다른 유저의 가방과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S.W.A.P(Shopping Without Any Panyment)을 론칭(해외에서만 운영 중이다)하며 중고거래를 돕기도 한다.

 

 

무신사의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

 

 

이처럼 유통과 쇼핑 시장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맞춰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새 제품뿐만 아니라 중고제품까지. 유통과 쇼핑에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에 발맞춘 인식 전환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책임연구원

 


[1] B마트 등장에 편의점 배달 매출 반 토막, 조선비즈, 2020.10.07

[2] 라이브 쇼핑 트렌드가 온다스타일쉐어스쉐라이브’ 1분기 거래액 725% UP, Platum, 2020.04.27

[3] 롯데아울렛 아디다스 매장, '이걸'로 하루 2억4000만원 팔았다, 조선일보, 2020.04.12

[4] #살아있다:라이브 커머스, 이베스트투자증권, 2020.09

[5]불황 속 폭풍 성장 중고거래-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3파전’”, 매일경제, 2020.05.08


* 본 칼럼은 SM C&C Letter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