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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Mterview

[SMterview] 기업 출장 전문가가 미용 가위 잡은 사연은?

 

SM C&C에는 어떤 사업이 있을까, 어떤 팀들이 모여 있을까, 또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까. [SMterview]가 SM C&C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납니다. 어느 날은 유익한 업무 정보가, 또 어느 날은 고단한 사회생활 에피소드가 담길 예정입니다. 어쩐지 공감과 위안이 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 속으로.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SM C&C 여행사업Unit 법인영업1팀에서 일하고 있는 송해빈입니다. 제가 속한 법인영업1팀은 영업을 통해 기업 고객과 계약을 맺고, 그 기업에 출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공, 호텔, 비자 등 출장을 위한 업무 대행은 물론 비용 절감 및 출장 관리 등 매니지먼트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죠. 기업의 인센티브 여행이나 학회 등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업무 루틴도 궁금합니다.

기업에서 먼저 의뢰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법인영업 업무는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저희를 어필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하죠.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저희를 통해 출장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얼마나 차별화된 출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알리는 과정입니다. 기업 발굴부터 프레젠테이션, 계약까지 직접 애정을 가지고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임감도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담당하게 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출장을 더 자주 나가게 되는 과정들을 함께 할 때 기분이 너무 뿌듯하고요. 그게 제가 법인영업 업무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여행업에 근무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11년에 처음 시작했고, 중간에 회사를 잠깐 떠나 있었던 시간을 제외하고도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SM C&C의 여행사업Unit 전신인 비티앤아이(BT&I)에 입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전공부터 입사까지 자연스러운 루트였네요.

학부 재학 중에 회사 면접 기회가 있었거든요. 회사에 대한 공부도, 영어로 자기소개도 준비를 했죠. 그날 여러 학생들이 함께 면접을 봤는데, 당시 면접관이었던 상무님과 거의 일대일로 대화를 할 정도로 잘 통했던 기억이 납니다. 속으로 ‘붙었다!’ 했죠.(웃음) 결국 저 혼자 붙었더라고요. 나중에 상무님께 여쭤보니, 제 성향이 법인영업 업무에 잘 맞겠다고 생각을 하셨대요. 착하게 생긴 얼굴도 한몫했다고….

 

결국 얼굴로 뽑히셨다는?

오해하지 마세요. 착. 하. 게. 생겼다고 하셨어요. 사실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왜요?) 잘 생겼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서요.

 

외모도 성향도 잘 맞는 업무를 하시다가 잠깐 여행업을 떠났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회의감을 느끼기 마련이잖아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던 것 같아요. 다른 일도 배워보고 싶었고요.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그것’을 만난 거죠. 코로나요. 코로나와 함께 약 3년을 쉬었답니다.

 

▲SM C&C 여행사업Unit 법인영업1팀 업무에 대해 설명하는 송해빈 님

 

아무래도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니까요. 쉬는 동안엔 뭘 하셨어요?

가장 먼저 제주도에 내려가 한 달을 살았습니다. 많이 놀고먹었죠. 막 퇴사를 한 시점이라 주머니 사정이 좋았거든요.(웃음) 퇴사 이후의 계획이 모호한 때였는데 그 한 달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요.

 

퇴사와 제주도 한 달 살기라니.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을 실천하셨네요.

주변에서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제주도에 놀러 왔는데 용감하고 멋있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고 하잖아요. 품었던 것을 꺼내 놓고 훌훌 떠난 모습이 용감해 보였나 봅니다. 사실 용감보다는 무모에 가까웠는데 말이에요.

 

제주도에서 돌아와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 건 반려동물 미용이었어요.

 

상상도 못 한 전개인데요?

처음 반려동물 미용을 배울 때는 금방 필드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1년 정도 배웠고 2급 자격증까지 취득은 했는데,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반려견 조이를 직접 미용할 실력은 된답니다. 저와 같이 공부를 시작한 여자친구 실력이 월등히 좋아요. 조이도 여자친구에게 미용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웃음) 사실 다시 일을 시작한 지금도 주말마다 교습소를 다니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훗날 여자친구가 창업을 하면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전문가의 지식으로 반려동물 미용에 대해 설명하는 송해빈 님

 

사랑꾼이시네요. 그렇게 미용 가위를 놓고 회사로 돌아오셨어요.

커리어에 대한 갈증,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회사 안팎으로 늘 응원해 주시는 저희 팀장님과는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고, 제 이런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놓을 수 있었죠. 포스트 코로나로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에 좋은 기회를 만나 다시 SM C&C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오래 해왔던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그런지 적응도 빠르게 했습니다. 퇴사 전에 담당했던 고객사가 아직까지 SM C&C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오랜 담당자분들을 다시 만나기도 했고요. 너무 반가워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했죠. 소통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나 다시금 깨닫는 요즘입니다. 반려동물 미용은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라 자주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만 너무 들뜨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업무 자체가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다 보니 늘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각국의 입국 허가 요건이 늘 바뀌기 때문에 매일 수시로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신문을 매일 보고 외교부, 대사관 홈페이지도 자주 확인을 하죠.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니까요. 매일 퇴근시간 전엔 그날 발권한 내역을 뽑아서 체크하는 것이 루틴이 됐어요. 각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 등을 확인하고 고객사에 안내해 드리죠.

 

지금은 베테랑이시지만 아찔했던 실수 경험도 물론 있을 것 같아요.

신입 때 출입국 업무 중 저지른 실수가 생각나네요. 고객사 출장자의 미국 출장을 위해 이스타(ESTA,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승인을 신청해야 했어요. ‘불법 약물’, ‘범죄 이력’ 등과 관련한 여러 질문에 ‘예’, ‘아니요’ 체크를 하는 도중 실수를 한 거예요. 대형 실수죠. 대사관에 메일을 보내 적극 소명을 해 겨우 수습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납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작은 실수가 대형 프로젝트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도 자주 다니시죠? 기억에 남는 출장 에피소드 소개해 주세요.

약 2주간 한 기업의 장기 근속자 해외 연수에 동행했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박 후 발리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는데, 인도네시아 저가 항공사의 연착이 심해서 힘들었거든요. 항공사 직원에게 항의도 하고, 고객사에 대신 해명도 하며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오랜 시간 하늘길이 막혔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해프닝마저도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좌), 상하이 동방명주 탑(우)에서 기념 촬영 / 출처=송해빈 님

 

해외 출장을 즐기는 나름의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행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오후 6시쯤 하루 일정이 마무리돼요.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공식 업무 종료 후 호텔에서 캔맥주와 컵라면을 먹는 것이 저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에요.(웃음) 또 새롭게 찾은 즐거움은 여행 마그넷 모으기요. 처음부터 열심히 모았던 것은 아닌데, 어느 날 냉장고에 가득 붙은 마그넷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이 많은 곳에서 열일을 했구나’ 하고 되짚어 보는 계기도 되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모아보려고 합니다.

 

여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도 궁금하네요.

인도네시아 발리요. 일을 하며 열 번을 넘게 가본 곳이에요. 친구들이 발리에 놀러 간다고 하면 눈을 감고도 알려줄 수 있을 정도죠. ‘발리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나를 보면 인사할 수도 있다’고 허풍을 떤 적도 있고요.

바다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아요. 다양한 형태의 숙박과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도 있죠. 더위를 싫어하는 저를 사로잡은 최고의 여행지랄까요.(웃음)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가장 ‘놀러’ 가고 싶은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겨보고 싶어서요. 당장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근미래에 신혼여행으로 가려고 아껴 두고 있어요.

 

(잠깐의 쉼은 있었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하고 있는 법인영업 업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연락을 받아야 하고 출장도 잦죠.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되고요. 그럼에도 이 업무만의 매력이 있어요. 제가 언제 이렇게 큰 고객사의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어요? 글로벌 호텔 체인 담당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겠어요? 이 업무가 아니라면 해볼 수 없는 경험들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험보다도 더 큰 원동력은 사람이고요. 제가 다시 SM C&C로 돌아온 이유도, 돌아와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오래 봐온 동료들 덕분입니다. 모두가 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죠. 그런 에너지들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애정이 느껴지네요. 해빈 님의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요?

저는 늘 ‘즐겁게 살자’는 말을 아로새기고 삽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땐 일이 아닌 일상에서만 즐거움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도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걸 30대 후반이 되어서 깨달았지 뭐예요. 진심을 다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30대 후반이시라고요? 동안이시네요!

그 얘기 꼭 써주세요.(웃음)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게요.

삶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는 뭘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여러 상황에 직접 부딪치며 깨닫게 됐죠. 처음 깨달았을 때는 자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쁜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열심히 하지 않았던 적도 있고요. 지금은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물론 퇴사를 했다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여러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담이 마냥 무겁지는 않아요. 그것을 동력 삼아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크거든요. 현재 계획은 올해 안에 대형 거래처와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팀원들의 힘이 필요하죠. 저, 우리 팀원들 사랑한다는 말로 마무리를 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