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여름휴가로 홋카이도를 다녀왔습니다. 살인적인 대위를 피해 그나마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는 시원한 곳을 찾은 결과이지요. 홋카이도는 위도가 높아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건조한 편이어서 비교적 쾌적한 기후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심과 자연을 나름 두루 둘러보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아사히야마라는 동물원이었습니다. 아사히아먀 동물원은 홋카이도의 중심부의 아사히카와라는 도시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동물원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기적의 동물원’, '나는 펭권이 있는 동물원’이라고 하면 아하 그 동물원! 이라고 하실 겁니다.
이 동물원은 한때 관람객이 급감해 폐쇄를 생각할 정도로 낮은 인기와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이 위기를 타파하고자 사육사를 비롯한 동물원 직원들은 어떻게든 동물원의 야생동물의 매력을 알리는 방법을 찾기로 합니다. 그것은 바로 관람객과 동물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선샤인 아쿠아리움 - Penguin NAVI
이제 말씀드릴 사례는 앞서 말씀드린 아사히카야마 동물원을 IT 적으로 해석한 게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마술에 홀린 듯 귀여운 동물들을 뒤따라가고 싶은 본능 같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본성과 새로운 기술이 만나 귀여운 ‘펭귄 내비’가 탄생했는데요.
세계 최초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펭귄 내비’는 GPS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가상의 펭귄들이 실제 도로 위에서 아쿠아리움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죠. 어플을 켜고 도로 위를 비추면 귀여운 펭귄들이 나타나는데요. 뒤뚱뒤뚱 걸어가는 펭귄들을 따라 걸어가기만 하면 아쿠아리움을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실제 펭귄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 10대의 카메라로 360도에서 펭귄이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하였는데요. 일본 극지 연구소 연구자가 봤을 때에도 무게중심 때문에 뒤뚱뒤뚱 걷는 독특한 펭귄의 걸음걸이를 똑같이 본떴다고 합니다.
‘펭귄 내비’는 다양한 미디어에 소개되면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는데요. 많은 사람들에게 ‘펭귄 내비’가 알려지면서 덩달아 ‘선샤인 아쿠아리움’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답니다. 지루하기만 했던 길 찾기가 새로운 기술을 만나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된 것이죠. 펭귄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쿠아리움을 찾아오고 또 사람들의 웃음도 함께 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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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아쿠아리움 - Penguin NAVI
뉴욕타임스 - NYT VR
‘포켓몬 고’라는 증강현실이라는 게임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속초행 티켓을 끊게 만들었고 언론에서는 그 파급력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정부에서는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고요.
증강현실이라는 기술 자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 콘텐츠와 놀라운 경험, 재미가 포켓몬 고의 핵심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한 채 인기에 영합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증강현실이건 가상현실이건 콘텐츠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굳이 사진이나 다른 디바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은 시선도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니깐요.
뉴욕타임즈는 콘텐츠가 주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이에 대한 투자에 힘써왔습니다. 인터렉티브 기사의 프론티어이자 지향점이 된 스노우폴 기사부터 최근 구글의 카드 보드를 활용한 VR 컨텐츠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뉴욕 타임즈는 구글과 협력하여 VR기기인 ‘구글 카드보드’를 130만 독자들에게 배포하였는데요. 다양한 뉴스를 NYT VR 어플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죠. NYT VR어플에서는 360도로 촬영한 콘텐츠들을 제공했는데요. 구글 카보드를 통해 컨텐츠를 시청하면 마치 그곳에 와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벤 솔로몬(Ben Solomon) 기자가 촬영한 단편 영화 ‘The Displaced’는 세계 각국 아이들이 처한 극한 상황을 전부 360도 카메라로 생생하게 담았는데요.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내전 후 잔해로 변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오레그(Oleg)군, 조국을 버리고 난민 캠프에 도착한 시리아인 하나(Hana)씨, 그리고 전쟁을 피해 악어의 서식하는 습지에 조용히 숨죽여 사는 남 수단의 쿠얼(Choul)군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동차 브랜드 Mini와 협업하여 제작한 액션 스릴러 드라마와 GE에서 제작한 혁신적인 영상들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코브라가 앵무새와 당신을 향해 공격하는 영상, 새의 깃털이 제트 터빈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영상과 같은 것들이죠.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영상들이 NYT V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VR 영상이 공개된 지 사흘 안에 최고의 다운로드 속도를 달성할 만큼 NYT VR의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앱 다운로드 횟수는 500,000회 이상 넘었고 NYT VR의 콘텐츠는 150만 번 이상 재생되었습니다. 또한 NYT VR은 뉴욕타임스의 첫 프로그램이 성공을 이루면서 디지털 구독자만을 위해 추가 300,000개의 VR 헤드셋을 배포했답니다.
NYT VR은 2016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무려 그랑프리 2관왕을 차지했는데요. 모바일 부문에서 NYT VR 어플이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NYT VR 콘텐츠 중 ‘The Displaced’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오래된 언론 매체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변신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리는 언론의 역할을 VR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수행하였던 것이 NYT VR이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봄베이 사파이어 - Free The Spirit
한국에서는 좀 마이너 한 술인 진(Gin)이 유럽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주종입니다. 그래서 매년 많은 ‘진’ 브랜드가 주류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 속에, 바(bar)는 주류 브랜드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푸른빛의 패키징을 자랑하는 ‘봄베이 사파이어(Bombay Sapphire)’ 역시 생존을 위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텐더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묘안을 찾아내고자 했죠.
봄베이 사파이어는 병 속에 홀로그램 영상을 투사하는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패키지를 만들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다른 패키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신비로운 홀로그램 영상을 병 안으로 투사하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 상자인데요.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뒷면의 QR코드를 스캔하여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한 후, 상자 한 쪽에 마련된 스마트폰 거치대에 핸드폰을 넣으면 됩니다.
스마트폰이 들어간 부분과 병 사이의 특수용지에 의해 홀로그램 영상이 병 속에서 3D 형태로 재생되는 원리랍니다. 홀로그램 영상은 봄베이 사파이어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요. 술의 원재료가 재배되는 순간부터 제품에 담기는 과정을 시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영감을 위해 나는 존재합니다. 내 속의 맛과 영혼을 깨워주세요.”라는 말로 마무리되죠.
이전까지 홀로그램 용지를 제품에 첨부한 홀로그램 영상 캠페인은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패키지 자체에 특수용지를 부착하여, 병 속으로 영상을 투사한 캠페인은 최초인 듯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다른 제품들보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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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베이 사파이어 - Free Th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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