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사야해!
2014년 1월 모나미 153볼펜이 50주년 기념으로 '한정판'이 출시되었습니다.일반 모나미 볼펜에 비해 200배 높은 가격, 1만개 한정 제작 판매 되었던 한정판 볼펜의 판매 결과는 매진이었습니다. 과거 음반, 취미 용품, 럭셔리 브랜드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한정판'이 일상의 작은 소품에까지 확대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 범위와 관심은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단순히 기념이나 희소성에 대한 열망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최근 일상이 되어버린 저성장 속에서 추구하는 '작은 사치', 새로운 브랜드보다는 전통의 브랜드를 통해 추억을 반추하는 '노스텔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이 자리 잡고 있고, 기업들 또한 실체와 이벤트를 함께 동반하는 보다 세련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욕구가 맞물려 그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빅데이터로 세상읽기’에서는 최근 ‘한정판’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정판' 트렌드
한정판과 관련된 버즈는 해를 거듭하면서 거의 2배에 가까운 정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화컨텐츠 또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주로 존재하던 한정판 상품들이 문구, 음료 등 일상용품에까지 확대되고 또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와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SK플래닛의 소셜분석 시스템 빈즈(BINS) 3.0을 통해 최근 3년간 ‘한정판’과 그 동의어들에 대한 버즈를 1월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동기간에 대해 분석한 결과, 14년 399,401건, 15년 881,603건, 16년 1,445,590건으로 매년 120.7%, 64%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수에서 대중으로
채널별로 살펴보면, SNS의 비중이 14년 58.5%에서 16년 91.7%까지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카페와 블로그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정판'이 동호인들끼리의 정보교류나 블로거 중심의 전문적인 리뷰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소셜미디어 속에서 급격히 화제가 되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는 한정판 상품의 범주가 크게 늘어 대중성이 확대되었다는 것과, 기업들이 한정판을 소재로 적극적인 소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이와 같은 채널별 구성비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한정판'이 소수의 애호가 또는 로열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서 일반 대중에 이르는 다양한 수요층을 확보하였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브랜딩 수단으로서의 가치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기업의 적극적 브랜딩 수단
2016년 '한정판' 관련 버즈 중 상위에 올라있는 브랜드들은 'SK텔레콤'과 'T월드'와 같은 한정판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을 골라 한정판 상품을 통한 브랜드 재활성화를 꾀하는 '코카콜라', '아디다스'와 같이 두 축으로 나뉩니다.
SK텔레콤은 2016년 자사의 모델 방탄소년단의 한정판 상품을 통합 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의 일환으로 제공했고 이것은 최고의 버즈를 일으키는데 성공했습니다. 과거의 일반적 통합 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과 달리 유명인 모델에 대한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그 효과를 누린 점은 기존의 마케팅과 선을 긋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집니다.
또한 130년이 넘는 장수브랜드 코카콜라는 세계적으로 한정판 상품을 통해 브랜드를 재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코카콜라는 글로벌하게는 과거에도 한정판 상품을 통한 브랜딩을 시도해 왔지만, 국내에서 한정판 상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실제 코카콜라(cokeplay.com)는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인사말로 대체한 레이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 왔고, 그와 같이 일상과 가까워지려고 한 노력이 코카콜라의 한정판까지 성공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해외의 한정판까지 컬렉션하는 고객들이 늘고 인터넷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사례까지 있어 브랜드를 평범한 일상의 탄산음료에서 문화컨텐츠의 레벨로 끌어올린 좋은 사례라 할 것입니다.
모나미 역시 전체 버즈량에서 높지는 않지만, 2014년 한정판 성공 이후로 콜라보 등 다양한 한정판 아이템들을 출시함으로써 저가의 오래된 볼펜에서 소비자에게 스토리를 제공하는 명품 문구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다져오고 있습니다. 하이트의 맥스 브랜드 역시 '옥토버페스트' 한정판을 매년 출시함으로써 브랜드의 단조로움을 벗고 맥주 애호가들에게 가을의 기대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정판과 상관없을 것 같은 통신사, 음료, 문구, 맥주 등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들이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이벤트성을 부여함으로써 마케팅 파워를 강화하고, 오래된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일상에서 전통과 신선한 스토리들을 더하고 있습니다.
작은 사치로 대표되는 나에 대한 위안
저성장의 일상화로 대표되는 최근의 경제상황은 ‘작은 사치’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고 있습니다. 가용한 범위 내에서 지출을 통해 억눌린 욕구를 푸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와 같은 상품들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였고 '한정판'은 그와 같은 트렌드를 대변하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개인들은 결국 소비를 통한 위안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과 마찬가지로 오랜시간 동안 함께해 이제는 좀 진부해 보이던 브랜드들이 한정판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새로운 가치를 덧붙여 나옴으로써 소비자들은 '노스텔지어'와 '작은 사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행위에 대한 키워드 또한 출시에 대한 기다림과 구매의 기쁨과 관련된 단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 그와 같은 트렌드를 대변합니다.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나 소수의 덕후를 위한 상품군이 아니라 일상에서 약간은 낡고 진부한 느낌마저 있던 추억속의 브랜드가 새 옷을 입고 기념품과 같이 다가올 때 사람들은 그 속에서 브랜드 이상을 느끼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제 각 브랜드들도 자신의 브랜드가 가지는 의미들을 되새겨보고 일상의 평범한 일용품을 벗고 전통과 추억,그리고 새로움을 재치 있게 새긴 '한정판'을 고려해 보는 것도 마케팅의 포화시대에 새로운 시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정판이 주는 마케팅에 대한 의미
브랜드가 특정한 이미지나 편익만 제안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많은 마케터들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도 경쟁사와 완전히 차별화되고 혁신을 담아내기도 이제는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스토리텔링과 같은 소비자들간 이야기 나눔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지만, 인위적이거나 그 브랜드와 잘 융합되지 않은 스토리들은 오히려 외면을 받기 일수였습니다.
그러나 코카콜라, 모나미, 맥스 등의 한정판은 자신의 역사와 제품과 긴밀하게 관련된 요소들을 찾고 특정한 시기동안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특별함'을 담음으로써 그 브랜드를 새롭게 다지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오래된 브랜드의 가치를 오히려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잠시 한발 떨어져서 오래되고 낡은 것 같은 내 브랜드에 새 생명력을 어떻게 불어넣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도 새로운 마케팅의 돌파구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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