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Media2팀 손가영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을 때 태권도라고 답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답변이다. 대개 조소를 띄며 “무슨 띠세요?”라고 되묻는데, 이는 태권도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밀접한 운동인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운동 학원(?)에 다녀보지 않은 나에게 태권도라는 운동은 성인이 배우는 기타 종목 대비 특별히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1. 성취감
태권도는 매달 도장 자체 평가인 승급 심사를 거쳐 띠 색이 바뀐다. 도장마다 다르지만 내가 다녔던 도장의 경우 흰 띠, 노란 띠, 초록 띠, 파란 띠, 빨간 띠 순서였다. 중간에 밤 띠나 보라 띠가 있는 도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건 상술인지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만 15세 미만은 품띠, 이상은 검은띠인 것이다. 나는 성인이니 위 순서를 거쳐 검은띠에 해당하는 1단 심사를 보았었다. 이처럼 태권도는 운동을 다니며 띠가 바뀌거나 단이 바뀌는 것과 같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특히나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띠의 색과 같이 눈에 보이는 성취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큰 동력이 된다.
2. 유니폼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복이 너무 입기 싫어서 맨날 대충 입고 다니고 최대한 안 입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직장인이 되고서는 오히려 입을 옷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하지만 태권도는 도복이라는 옷이 정해져 있고, 필라테스나 요가처럼 형형색색의 멋진 레깅스를 입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하다. 또한, ‘도복’이라는 점에서 다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데, 희고 빳빳한 재질의 그 옷을 입었을 때 뭔가 굉장한 무술인이 된 듯한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 있다. 실제로 도복만을 목적으로 대학교 때 유도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4시간 만에 탈퇴한 적이 있었다.
3. 한국 사람
회사에 다니면서 나는 자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운동도 그 종류 중 하나다. 특히나 태권도는 한국의 전통 무술로서 내가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나의 특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처음 태권도를 배우면서 세웠던 목표가 “4단까지 따서 사범을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외국에서 살게 된다면 막연히 도장을 차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튼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잘하는 것은 어디를 가나 차밍 포인트가 아닐까.
4. 수련
태권도는 배우면 배울수록 이것은 운동이 아니고 무술이라는 생각이 더욱 든다. 다른 운동과 같이 결과가 숫자로써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단련된 동작이 결과다. 한순간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한 동작 한 동작에 묻어져 나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페스츄리처럼 그동안의 연습이 켜켜이 쌓여 동작마다의 힘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소룡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만 가지 발차기를 한 번씩 연습한 사람은 두렵지 않지만 한가지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렵다.”
5. 몸을 쓴다는 것
이건 모든 운동에 해당하는 것인데, 대개의 회사원은 직장에서 머리를 쓴다. 그리고 아마 근무 시간에 두뇌를 풀가동하여 퇴근할 때쯤이면 정수리에서 열이 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 날은 정말이지 운동에 가기 싫다. 그냥 늘어져서 유튜브나 보면서 잠자고 싶다. 하지만 그 유혹을 잠시 참고 운동을 가면 그 열이 가라앉는다.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게 물론 돌려차기로 시원하게 미트를 갈겨서인 점도 있지만 확실히 뇌를 쓰는 영역과 몸을 쓰는 영역이 달라서 뇌를 쓰는 영역에서 막힌 혈을, 몸을 쓰는 영역이 풀어주는 느낌이다.
그밖에 초등학생 아들을 둔 직장 동료와 친해질 수 있다든지, SNS에 반전 매력을 뽐낼 수 있다든지 등 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정리하자면 위 5가지 이유로 태권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태권도에 관해 흥미가 생겼다면 집 주변의 도장에 전화해 성인반이 있는지 문의해 보는 것이 어떨까. 태권도장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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