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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tory

[오, 나의 콘텐츠 #7] 바야흐로, 봄봄봄

글|여행마케팅팀 박예지

 

부끄럽지만 아무리 도망쳐도 결과는 역시 P다. 계획을 세우고 싶어질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MBTI 검사를 한 것이 여러 번. 의심할 여지도 없이 50%에 가까운 수치도 아닌 90%에 가까운 P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봄이 오면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고, 심지어는 계획을 순식간에 적어 내려간다. 변종 P인 걸까? 따뜻해진 기온 때문일까. 골똘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2025년 한 해가 마치 한차례의 여행이라면, 4월이라는 계절은 공항에 도착한 순간의 설렘일 것이다. 지난했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듯,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여행의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환경을 기대하는 그 설렘. 꼭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순간의 기분을 놓치지 않고 싶다.

 

그래서일까. 마음속 한편엔  떠나지 않는 꿈처럼 늘 여행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고 싶은 곳들을 메모장에 차곡차곡 적어 둔다. 그렇게 모아둔 곳들을 하나씩 다녀오고 나서 다시 들춰보는 그곳의 사진들은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든다.  되돌아보면 새로운 곳에서의 기억들은 모두 소중한 추억이지만, 사실 아무리 꼼꼼히 준비하더라도 늘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처음 친구와 단둘이 떠났던 국내 여행을 돌이켜 보면, 그때는 잘 몰랐기에 무모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 답답해서 무작정 두어 시간 넘게 걸어가기도 하고, 아래층이 노래방인 줄 모르고 숙소를 잡는 바람에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이불 삼아 밤새 뒤척이기도 했다. SNS 속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극찬이 가득한 댓글을 보고 기대에 부풀어 찾아갔던 식당의 음식은 예상과 달라 실망한 적도 있었다.

 

일정 계획과 사전 조사를 철저히 마치고 비장한 마음으로 떠났던 해외여행에서도 정말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처음 간 식당의 음식이 생각보다 입맛에 맞지 않아 여행 내내 과일과 빵으로 끼니를 때웠고, 어느 날 묵었던 숙소의 침대는 관을 연상시키는 모양이라 그 후로도 악몽을 꿀 때마다 무섭게 등장했다. 또 멋진 기념품을 사려고 매장을 직접 검색해 찾아갔지만, 도착하고 보니 으리으리한 사옥이어서 허탕을 친 적도 있었다.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 되지 않았다고 해서 꼭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일어난 실수는 오히려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또 이를 훌훌 털어 넘길 수 있는 이유는, 첫 번째로는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과 아름다운 풍경이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이름 모를 외국인 직원은 방 탈출 게임 도중 나타난 벌레를 앞장서서 처리해 주셨고, 패키지여행 중 아주 짧게 주어진 자유 시간에 피자집 사장님은 꿀맛 피자를 빠르게 서빙해 주셔서 인생 피자집으로 등극했다. 비 내린 하늘 위로 선명한 무지개를 발견해서 기쁨이 더해지기도 했고, 놀이동산에서 먹고 싶었던 군것질거리를 한 아름 안은 채 성 위로 지는 노을과 야경을 바라보며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새로운 환경,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그동안 갇혀있던 사고방식과 달리 생각할 수 있음을 몸으로 체득한다. 버스 안 줄 모양의 하차벨, 숫자가 적혀 있는 차량 신호등, 지역마다 특색이 다른 놀이동산이 그러했다. 여행의 순간들을 돌이켜 볼수록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싶어진다. 대구, 전주도 가보고 싶고 방콕, 사파 등등 영상으로만 봤던 장소들에 직접 가서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어디로 향할지 상상하고 계획해 보는 게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 반절은 넘지 않았으니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커진다. 올해에는 어떤 여행과 경험들이 나를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다양한 도전들로 가득 채워 나갈 2025년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돌이켜 봤을 때 모든 발자취가 의미 있는 가치를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로 2025년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