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Needles팀 안상운 CD
올해 캠핑은 몇 번 갔더라- 세어보려 했는데 엄지손가락에서 멈췄다. 올해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두 번도 캠핑을 못 간 셈이다. 이쯤 되면 '캠퍼'라고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사들인 장비만 보면 누가 봐도 캠퍼다.
캠핑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짐을 싸고, 짐을 싣고, 짐을 풀고, 다시 짐을 싸는 종합 예술이라고. 물론 아빠 인생의 80%가 이미 짐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데, 캠핑에 가면 나는 더 들고, 더 땀 흘리고, 더 닦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간다. 캠핑은 나의 힘이다. 나를 요리하게 하고(그래 봤자 밀키트), 고기 굽게 한다(이건 자신 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잘 구운 마시멜로를 딸에게 건네면, 그 작은 입으로 '캠핑와서 너무 좋다'고, '또 오고 싶다'고 한다. 그럴 때 난 생각한다. 지금 이 마시멜로는 좀 탔어도, 인생은 탄 게 아니라고.
아이들은 자연의 컨디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잔디밭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도토리로 한 상 거하게 차리다가, 갑자기 비눗방울을 불다가, 또 금세 텐트 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순식간에 뻗는다. 하루치 삶을 모두 써버린 사람들처럼.
처음엔 자연이 좋아서 캠핑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글램핑 가면 되잖아?' 라는 아내의 한마디에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캠핑은 나를 더 필요한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꼭 살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살아보고 싶은 순간들을 만난다.
캠핑의 끝은 항상 뒷정리다. 이 순간이야말로 아빠의 전매특허 영역. 백에 들어가지 않는 텐트를 억지로 집어넣으며 생각한다. 캠핑은 참 이상하다고. 일부러 불편한 곳에 와서, 일부러 집을 짓는 고생을 하고, 그 집을 다시 정리하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을 떠나면서 다음 캠핑 일정을 계획한다.
다음 캠핑도 분명히 힘들 것이다. 허리 아플 거고, 물티슈는 찾기 어려울 거고, 마시멜로는 또 탈 거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뛰고, 웃고, 아내가 눈 맞춰줄 그 순간이 있을 테니까. 그 순간을 살기 위해 우리는 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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