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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tory

[오, 나의 콘텐츠 #9] 캠핑의 이유

 

글. Needles팀 안상운 CD

 

올해 캠핑은 갔더라- 세어보려 했는데 엄지손가락에서 멈췄다. 올해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번도 캠핑을 셈이다. 이쯤 되면 '캠퍼'라고 없겠다. 하지만 사들인 장비만 보면 누가 봐도 캠퍼다.

 

캠핑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짐을 싸고, 짐을 싣고, 짐을 풀고, 다시 짐을 싸는 종합 예술이라고. 물론 아빠 인생의 80% 이미 짐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데, 캠핑에 가면 나는 들고, 흘리고, 닦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간다. 캠핑은 나의 힘이다. 나를 요리하게 하고(그래 봤자 밀키트), 고기 굽게 한다(이건 자신 있다). 번의 시도 끝에 구운 마시멜로를 딸에게 건네면, 작은 입으로 '캠핑와서 너무 좋다'고, ' 오고 싶다'고 한다. 그럴 생각한다. 지금 마시멜로는 탔어도, 인생은 아니라고.

 

아이들은 자연의 컨디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잔디밭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도토리로 거하게 차리다가, 갑자기 비눗방울을 불다가, 금세 텐트 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순식간에 뻗는다. 하루치 삶을 모두 써버린 사람들처럼.

 

처음엔 자연이 좋아서 캠핑을 하는 알았다. 하지만 '글램핑 가면 되잖아?' 라는 아내의 한마디에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알게 됐다. 캠핑은 나를 필요한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살아야 이유는 없지만, 살아보고 싶은 순간들을 만난다.

 

캠핑의 끝은 항상 뒷정리다. 순간이야말로 아빠의 전매특허 영역. 백에 들어가지 않는 텐트를 억지로 집어넣으며 생각한다. 캠핑은 이상하다고. 일부러 불편한 곳에 와서, 일부러 집을 짓는 고생을 하고, 집을 다시 정리하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을 떠나면서 다음 캠핑 일정을 계획한다.

 

다음 캠핑도 분명히 힘들 것이다. 허리 아플 거고, 물티슈는 찾기 어려울 거고, 마시멜로는 거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뛰고, 웃고, 아내가 맞춰줄 순간이 있을 테니까. 순간을 살기 위해 우리는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