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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시대, 비혼을 꿈꾸는 요즘 사람들

얼마 전까지 트렌드로 떠올랐던 '혼밥, 혼술'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증가하는 편의점과 혼자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한 때는 1인가구의 폭발적 증가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원고에서 보았듯이, 현대인은 자발적 고독을 원하고 있었죠. 배우자, 친구, 애인, 자녀가 있어도 혼자가 편하다는 현대인들, 이제는 더 나아가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의견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혼은 해야 하지만 아직 안 한 상태'를 뜻하는 '미혼'이라는 단어 대신, '결혼을 안 한 상태' 라는 능동성을 담은 '비혼'이라는 단어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 미묘한 뉘앙스는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이번 트렌드 원고에서는 '비혼'을 통해 혼자를 결심하는 현대인에 대해 들여다 봅니다.

 

 

 

먼저 버즈량을 살펴볼까요? 지난 3년 간 버즈량 변화를 보면, '비혼'의 증가율이 눈에 띕니다. 독신이라는 표현은 이제 '오래된 표현'이 되어 가는 것 같죠?

 

 

연관어를 들여다보면 세 단어의 미묘한 차이가 보입니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미혼은 '여성, 소개팅, 연애, 애인, , 장녀' 등 여성의 결혼하기 전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혼모, 산부인과, 생리' 등 보호가 필요한 여성의 상태를 보여주는 연관어가 많죠. 독신은 살아가는 한 상태를 뜻하는 '삶'이 연관어 1위로 나타난 점이 가장 다르며, '회사, 생활, 맞벌이, 경제, 수입, 연봉, 주택' 등 사회 경제적 표현이 많습니다. 반면 우리의 주제인 '비혼'은 결혼에 대한 일종의 태도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보이는데요, 아쉬운 것은 비혼조차 여성과 관련한 언급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여성, 비혼여성, 할머니, 여자' 등의 단어가 상위에 도출되었으며 '편견, 자신감, 자세, 눈길'등 사회적 시선이나 생각에 대한 태도를 나타내는 단어가 많죠.

위에서 보았듯이, 비혼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의미가 많은데요, 왜 이런 자세가 떠오르게 된 것일까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혼자가 더 편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동반자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데 오히려 고난이 더 많아진 것이죠.
한국에서는 결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식부터 주인공인 커플보다 양가 어르신들의 뜻이 더 중요하죠. 젊은 층에게 화려하고 규모가 큰 결혼식비용,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지인들의 방문, 혼수와 예단문제부터 시작하여 함께 살 주거비용은 모두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결혼 후에는 둘이 아닌 여섯이 한 가족이 되어, 결혼 전 챙기지 않던 대소사까지 열심히 챙기게 되죠. 틸리언 프로를 통해,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 남녀 965명에게 결혼을 결정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을 물어보았습니다.


 

 

1위는 '적당한 배우자를 찾기 어려움', 2위는 '결혼자금' 그리고 3위로 '개인시간의 희생'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사실, '적당한 배우자를 찾기 어렵다'가 1위가 되었다는 것은 결혼조건이 까다로워졌음을 의미하죠. 여기에는 경제적 이슈도 있지만, 기성세대와 다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등이 자리합니다. 누군가의 며느리 또는 사위가 아닌 개별성이 있는 가정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성향과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존중하고 체면을 살려드리고 싶은 의무감이 부딪히는 겁니다. 앞서 소셜분석에서 미혼이나 비혼 모두 여성과 더 많은 연관이 있었었죠. 눈치채셨겠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더 많이 요구되는 가정, 육아의 책임과 더불어 시집 식구에 대한 종속감이 결혼을 고민하게 만드는 큰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새로운 가족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담감 이면에는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는 요구를 충족하여 '사랑 받고' 싶은 애정의 욕구가 자리한다고 합니다. 애초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겠죠? 실제로 이런 개별성 추구 성향과 의무감이 부딪히는 상황에 많은 젊은 층이 공감을 하며 “며느라기”라는 웹툰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지기도 했었죠. 


이렇게 높은 기대치를 만족하는 배우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새로운 가족, 육아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느니 혼자 편하게 지내겠다는 비혼족이 늘어나게 된 것 입니다.

 

 

이제 한국에서 성인 2명 중 1명은 결혼이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려 65%는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인신고에 대한 의견도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약 69%의 응답자가 결혼 후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이는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인 부부가 되었을 때의 혜택보다, 이혼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결국 젊은 층은 결혼에 대한 긍정적 기대보다 부담과 의무감이 더 와 닿기 때문에 혼자 있기를 결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비혼'이 트렌드 키워드가 된 배경에는 많은 사회, 경제적 이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지 못한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낮은 기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욕구 대비 낮은 개인적 성장 전망, 타인의 시선과 보여주기 문화에 대한 부담감 등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주거비용을 낮추고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바꾼다고 해서 쉽게 풀리는 이슈는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비혼이라는 선택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넓은 시각에서 하나의 삶의 방식이자 사회 현상으로 이해하는 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비혼의 증가로 인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주거 형태의 변화라고 합니다. 원룸, 오피스텔은 물론, 소형 아파트나 쉐어하우스 형태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더불어 여럿이 차를 이용할 필요가 적으니, 소형차가 더 인기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2017년 상반기 경차의 판매량이 준중형차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또, 당분간은 개인적 취미 및 문화생활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집니다. 개인이 개별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이 많아져 최근의 Yolo 트렌드와 맞물려 개별적 취미 문화생활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