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가치 중에 가장 높은 가치를 띈 것은 무엇일까요? 생명을 제외하고 말이죠. 많은 논박이 있을 수 있는 질문이지만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그것은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를 많이 가진 사람에게 시간은 충분히 많은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한없이 부족한 것이 시간이니깐 말입니다. 레저라는 단어의 등장 역시 신흥부자들의 등장과 함께였습니다. 노동을 통해 자본을 벌 필요가 없는 그래서 시간이 남아도는 부르주아들의 즐거운 시간 보내기 활동이 바로 레저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화두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마케팅 환경에서도 이렇게 관점을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쟁상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캠핑업체 콜맨은 자신들의 경쟁자로 밖에서 음식을 먹는 업종, 그러니깐 외식업을 경쟁자로 삼은 것이 아니라, 집밖에서 즐기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 영화관, 테마파크, 대형마트, 야구장 등 - 으로 삼았습니다. 캠핑을 하는 시간 대신에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경쟁상대로 삼은 것입니다.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회장도 이와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야구장이다”라는 선언과 함께 테마파크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업종의 상대만이 경쟁자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다른 업종의 브랜드가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관점도 결국 소비자들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Factor 중 하나입니다. 이제부터 살펴볼 사례들은 사람들의 진정한 가치라는 관점에서 발견한 경쟁자나 문제들을 다룬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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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렉스(Cineplex) – #WeatherOrNot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휴가지는 역시 바다일 텐데요. 사람들이 바다로 떠날 때 울상을 짓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관 같은 도심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죠. 캐나다 영화관 씨네플렉스(Cineplex)는 바다로 떠난 소비자들을 극장에 다시 앉히기 위해 특별한 프로모션을 선보였습니다.
“Threre’s nothing entertaining about a sunburn. Redeem this ticket for one free movie."
(화상을 입는 건 재미 있는 게 아니죠. 이 무료 영화관람권을 갖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씨네플렉스는 “우리는 당신이 즐겁길 바라지, 화상을 입길 바라지 않아요”라며 해변에 비치타월을 가져다 두었는데요. 씨네플렉스의 로고와 바코드가 그려진 흰색 비치타월은 마치 영화표를 연상시키죠. 사실 이 비치타월은 무료 영화 예매권으로 영화관에 가져가면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티켓이었습니다. 높아지는 티켓 가격, 그리고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영화관 좌석이 점점 비어간다고 하는데요. 그 중 여름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가 주변 소비도 줄어든다고 하네요.
씨네플렉스는 여름휴가를 맞아 해변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마중하기로 했습니다. 와사가(Wasaga), 몬트리얼(Montreal), 밴쿠버(Vanqouver) 등의 캐나다 유명 해변에서 타월 티켓을 배포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놀다가 지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향하게 하도록 했는데요. 즐거움을 찾으러 바다로 간 소비자들에게 사실 즐거움은 극장에서 시원하게 만나볼 수 있다고 말하며 소비자들이 극장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체험을 통해 다시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정공법을 택했죠.
▲ 씨네플렉스(Cineplex) – #WeatherOr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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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Whirlpool) – Care Counts
미국에서는 하루에 4천 명의 학생들이 제적한다고 하는데요. 학업을 전부 이수하지 못하고 제적당한 학생들은 일반 학생보다 40% 더 취업하기 힘들고 정부 지원으로 살아야 할 확률이 70% 더 많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저 학교에만 잘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에 출석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요? 미국의 가정용 전자제품 브랜드 월풀(Whirlpool)은 아이들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깨끗한 옷이 없어서 학교를 나올 수 없었다고 말하는데요. 집안의 소득이 낮아 세탁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기세 및 수도세 대신 먹는 것을 살 수밖에 없었죠. 매일 몇 천 명의 학생들이 단순히 깨끗한 옷이 없어서 학교를 빠진다는 점을 깨달은 월풀은 학교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설치해주는데요. 이 덕분에 학생들은 집에서 세탁하지 못 하던 옷들을 학교에 가져와서 수업시간 동안 세탁하고 건조해서 집에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월풀은 2개 지역 17곳의 학교에 세탁기를 설치해 학생들이 1년간 2,300 회 학교에서 빨래할 수 있었는데요. 캠페인 이후, 가장 큰 변화를 확인한 건 바로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깨끗한 옷이 없어 학교를 못 나오던 학생들 중 90%가 학교에 매일 나오기 시작했으며 89%가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월풀은 향후 2년간 30곳의 학교 내 세탁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캠페인이 널리 알려져 300여 곳의 학교가 캠페인 참여 의사를 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캠페인의 실행 방법은 상당히 간단했습니다. 자사 세탁기를 학교에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아이디어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캠페인은 올해 칸 광고제 Creative Data 부문에서 대상 격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는데요. 심지어 수상 후보에도 들지 못 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지명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하여 많은 이들이 놀랐죠. 단순해 보이는 이 캠페인이 그랑프리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이디어와 데이터의 결합’인데요. 월풀은 학생 ID카드 정보와 전자기기 사용용도 패턴을 분석해 세탁기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90%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89% 더 높은 수업 참여도를 기록한다는 점을 발견했었죠.
심사위원단장 에릭 살라마(Eric Salama)는 “세탁기를 학교에 설치하는 것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도 않고 누구나 상상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깨끗한 옷과 아이들의 학교 출석률을 연관 지은 가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는데요. 그녀는 “우리는 기술만을 위한 데이터를 찾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데이터의 결합이다”라고 말을 더하며 왜 후보에도 없었던 캠페인이 그랑프리를 수상했는지에 설명했습니다.
▲ 월풀(Whirlpool) – Care Cou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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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드(GLAD) – Instaglad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반드시 행하는 의식이 있는데요. 음식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먹스타그램, #맛스타그램, #instafood, #foodporn과 같은 해시태그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듯이 전세계적으로 음식 사진을 찍은 뒤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밀폐용기 브랜드 글래드(Glad)는 세계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였는데요.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린 ‘Instaglad’ 캠페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게시합니다. 글래드는 사람들이 올린 음식 사진을 2일이 지난 후 음식 사진이 글래드 지퍼팩에 담긴 것처럼 편집하여 업로드 하였습니다. 글래드 제품에 담아 제대로 보관하기만 하면 2일 후에도 충분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아무렇지 않게 남은 음식을 버리지 말고 제대로 보관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동참하라는 것이죠. 유명 셰프, 푸드 칼럼니스트, TV요리 프로그램 진행자 등 유명인들도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Intaglad’캠페인에 함께 동참 하였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음식 인증샷을 찍는 문화와 사회적인 문제를 연결하여, 간단하고 재미있는 솔루션을 제시하였는데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글래드 제품의 우수한 기능을 함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행동방식을 활용한 트렌디한 캠페인이었습니다!
▲ 글래드(GLAD) – Instaglad
글. 채용준 플래너(Digital Content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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