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인쇄, 디지털 스크린과 같은 미디어에만 광고가 머무르던 시절은 꽤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클라이언트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상품 개발에까지 광고대행사가 뛰어들면서 광고의 정의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인 바로 브랜드 굿즈(Brand Goods)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프로모션을 위한 소소하지만 기발한 굿즈의 개발부터 클라이언트와 초기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굿즈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굿즈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스타벅스를 들 수 있습니다. 커피나 음료와 관련된 굿즈는 기본이며.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다이어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악하게도(?) 그냥 다이어리만 구매할 수는 없고 특정 음료를 여러잔 마셔야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인기는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플래너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타벅스의 정체성이 담겨 있어 특별하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브랜드 굿즈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가치와의 합치성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기발하고 재미있고 멋진 디자인의 굿즈라 할지라도 브랜드 가치와 부합되지 않는다면 그건 굿즈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도 단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굿즈라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만들고 지갑을 열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살펴볼 사례들은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한 의도(Good Will)를 가지고 만들어 낸 상품들(Goods)입니다. 이 사례들을 통해 향후 브랜드를 위한 굿즈 개발 시 나름 유용한 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KLM – Care Tag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교통 요충지로 경유 및 직접 방문하는 여행객이 한 해 1,400만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경유할 때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데이터를 로밍 해가지 않는 한 주변 도시를 둘러보는데 어려움이 있죠. 네덜란드 왕립 항공사 KLM은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배낭 분실 방지 태그만을 가지고도 공항 밖에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KLM은 비행기 탑승 시 분실 방지용으로 가방에 부착하는 태그에 GPS 장치와 스피커를 달아 투어리스트 가이드 기능을 입혔는데요.
승객이 공항 밖 암스테르담 시내를 여행할 때 GPS에 포착되는 위치에 따라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공항 밖에서도 KLM과 함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트램 길을 주의하라거나 운하를 구경하고 있으면 근처에서 배를 빌릴 수 있다는 음성 안내 덕분에 한 층 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죠.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여행의 상징이기 때문에 항공사는 여행이라는 테마를 마케팅에 자주 활용하는데요. 하지만 사실 항공사와 고객의 접점은 공항이기 때문에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만 만나기 때문에 항공사는 여행지를 오고 가는 교통수단이라는 인상을 주죠. KLM 의 이번 캠페인은 항공사가 여행이라는 책의 앞뒤 표지만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속 페이지들을 채워나가며 여행을 완성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KLM – Care Tag
Child Focus - Coins of Hope
유럽에서는 2분에 1명 꼴로 아이들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고 하는데요. 그들 중 대다수는 곧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그들 중 일부는 수년째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타는 부모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실종 아동들의 전단지 사이에서 우리는 쉽게 그들의 존재를 잊게 되죠. 벨기에의 실종 아동 센터 ‘Child Focus’는 이 상황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실종 아동을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마저 포기해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Child Focus’는 가족들에게는 희망이 되는 동시에 일반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자, ‘화폐’라는 최고의 미디어이자 레알 굿즈를 생각해 냅니다.
실종 아동들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자, ‘Child Focus’는 2유로 짜리 동전에 20년 전 실종된 ‘Liam Vanden Branden’의 얼굴을 프린팅하여 ‘희망의 동전(Coins of Hope)’을 발행하기로 합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EU 국들의 합의와 협조를 얻어낸 끝에, ‘Liam’의 얼굴이 프린팅된 총 1백만개의 ‘희망의 동전’은 ‘국제 실종 아동의 날’에 공식적으로 발행될 수 있었는데요. ‘Child Focus’는 포스터, TVC 등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희망의 동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했죠. 또한 마이크로 사이트(https://coinsofhope.eu/)를 개설하여 ‘Liam’을 비롯한 실종 아동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답니다. 마지막으로 해시태그 #CoinsOfHope 를 통한 SNS에서의 확산도 잊지 않았죠.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게 되는 화폐는 최고의 미디어가 아닐 수 없는데요. 특히, 사람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버리게 되는 전단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엄청난 확산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 덕분에, ‘희망의 동전’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희망의 동전’은 화폐로써 영구적으로 쓰일 예정이기 때문에, 실종 아동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확산에 영원히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Child Focus - Coins of Hope
Deutsche Telekom - Sea Hero Quest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카더라’하는 예방법 외에는 딱히 손 쓸 도리가 없는 질병. 바로 치매인데요. 4,500만 명이 넘는 치매 환자는 2050년이 되면 그 세 배인 1억3,500만 명까지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매 연구는 암 연구에 비해 수 십 년은 뒤처져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연구 데이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이치텔레콤은 ‘Life is for sharing(나누기 위한 삶)’이라는 태그라인을 가진 만큼, ‘공유(Sharing)’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하는데요.(GOOOD!!!) 이를 위해 과학자, 치매 자선 단체, 게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모바일 게임 ‘Sea Hero Quest’를 선보입니다. 과연 치매 연구에 모바일 게임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모바일 게임 ‘Sea Hero Quest’는 아버지와 항해를 즐기던 아들이, 기억이 희미해지는 아버지를 위해 혼자 모험길에 떠나 아버지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려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지도에 표시된 여러 개의 부표를 외워 목적지에 도달하면 미션을 성공하는 방식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실제 뇌 연구용 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통해 치매의 초기 증상 중 하나인 공간지각능력(길 찾기 능력) 감퇴를 체크해 볼 수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점은 길을 찾는 패턴, 반응 속도, 걸린 시간 등 게임을 통해 수집된 사용자의 자료가 과학자들에게 전송되어, 치매 연구에 활용된다는 점이죠! 게임 시작 전에 동의를 얻고 수집한 사용자의 성별, 나이, 거주 국가 등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답니다.
모바일 앱 ‘Sea Hero Quest’는 270만 이 넘는 총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99% 이상의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리뷰를 얻었는데요. 치매 연구를 돕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게임으로써 CNN,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사의 주목을 받으며 총 3천만 유로의 미디어 노출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사람들이 게임을 즐긴 시간은 무려 72년이라고 하는데요. 이 덕분에 수집된 치매 연구 데이터는 무려 만 년에 걸쳐 획득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고 합니다.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툴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룬 캠페인이었는데요. 게임이야말로 언어, 문화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이기 때문이죠.(GOOD!!)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번 캠페인은 2017 D&AD Branded Content & Entertainment의 Gaming 부문 Yellow Pencil을 비롯해, Creativity for Good의Service Innovations 부문 Graphite Pencil, Digital Marketing의 Branded Apps & Games 부문 Wood Pencil까지 총 3개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 또한 얻었답니다.
▲ Deutsche Telekom - Sea Hero Quest
Ford - Max Motor Dreams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가 잠에 들 때까지 드라이브를 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규칙적으로 드리우는 오렌지 색의 가로등 불빛, 양 옆으로 지나가는 차 소리 등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이상하리만큼 잠이 솔솔 오는 환경 중 하나가 바로 ‘달리는 차 안’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회사 ‘포드’는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도 이 환경을 그대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요. 자동차 회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기침대입니다!
‘포드’에서 선보인 아기침대 ‘Max Motor Dreams’는 굳이 자동차에 아이를 태우지 않아도 자동차에서 자는 것과 같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는데요. 이 아기침대에는 미세한 엔진 소음, 주행 중 자동차의 움직임, 그리고 가로등과 비슷한 오렌지색 LED조명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 세 요소가 균형을 이뤄 아이들의 ‘꿀잠’을 돕죠. 한편, 아이에게 전달되는 자동차의 소음과 움직임은 모바일 앱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수집할 수 있는데요. 사용자가 앱을 실행한 뒤 차를 운전하면 차의 움직임과 소음이 그대로 저장되고, 저장된 모든 기록은 동일 앱을 통해 아기침대로 전송되는 방식이랍니다.
사람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자 한 ‘포드’의 이번 캠페인은 잠투정을 부리며 칭얼대던 아이들도 차에서만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잠에 든다는 사실을 활용했는데요. 실제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자동차를 재현한 아기침대라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여 소비자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고자 한 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제품을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포드’의 자동차로 아이들을 재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자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마이크로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데요. 스페인어밖에 제공되지 않아 아쉽네요!
마이크로 사이트 URL: http://fordmaxmotordreams.com/
▲ Ford - Max Motor Dreams
글. 채용준 플래너(Digital Content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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