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시기는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엔 ‘술' 이었다. 난생 처음 술을 마셨을 때, ‘아! 나도 이제 어른이구만!’ 이란 생각에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 날은 자면서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아아! 취하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돌이켜 보면 종이컵에 소주와 콜라를 섞어서(심지어 다섯 명이서 소주 한 병을 나눠먹었다), 새우깡을 안주로 먹던, 어른 축에도 끼지 못하는 술린이들이었을 뿐인데.
그렇게 나를 어른의 세계로 인도했던 술은, 인생의 기점마다 다른 역할로 기능해왔다. 대학교 시절엔 처음 보는 몇 십 명을 하룻밤만에 대동단결 시켜버리는 소맥의 위대함을 찬양했고, 대학원 시절엔 진한 토론을 위해 진한 막걸리가 있어야 했으며, 사회 초년 시절엔 와인을 마시면 우아해지는 줄 알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선배들이 킵해둔 위스키를 몰래 빼먹으며 회사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기도 했다.
좋든 싫든 사람이 있는 곳엔 늘 윤활제로, 진통제로, (혹은 독으로) 열일하는 술이 있었고,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솔직함을 끌어내는 술과 함께한 모든 시간을 즐겨왔다. 시간이 흘러 독립해 혼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현재, 나의 최애를 꼽으라면 주저 않고 보드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냥 보드카면 안된다. ‘앱솔루트 보드카'여야 한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유 하나. 순수하다
술은 원료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원료가 중요하다. 앱솔루트는 스웨덴 남부의 작은 마을 아후스의 가장 좋은 물과 가장 좋은 밀과 함께 태어난 술이다. 다른 보드카들이 밀이나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싸구려 재료를 섞어 증류 할 때, 앱솔루트는 아후스 지방에서 늦가을에 심어 추운 얼음 속에 내내 묻혀 있다가 봄에 싹을 틔우는 겨울 밀만 사용했다. 보드카의 핵심인 물 역시 4만년 이상 빙하 속에 갇혀 있다 흘러나온 아후스의 샘물로만 만든다고 한다.
증류하는 방식도 혁신적이다. 앱솔루트의 아버지인 라스 올슨 스미스(Lars Olsson Smith)가 열을 가해 연속적으로 증류를 가능하게 하는 증류장치를 발명하면서 완벽한 보드카가 탄생하게 된다. 엄선한 재료와 순수한 물로 만든 술을 수백 번 증류시켜 만든 보드카를 ‘완벽하게 순수한 보드카(Absolute Pure Vodka)’라고 불렀고, 향후 'ABSOLUT VODKA'라는 브랜드명의 원천이 된다.
순수하게 증류한 술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영국의 국민의료보험 재단 연구팀이 3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와인이나 맥주는 사람을 느긋하고 편안하게 이완해주는 반면 보드카는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상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완벽하게 순수한 증류를 했으니 신나는 홈파티 술로도, 지친 나를 위로하는 혼술로도 제격인 셈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숙취가 덜하다는 것이다. 값비싼 소주를 마셔본 사람이면 이것저것 섞은 소주를 마셨을 때 보다 숙취가 덜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물론 적당량을 먹었을 경우에) 숙취가 없기로 유명해 평일에 먹어도 부담이 없다.
이유 둘. 예쁘다.
앱솔루트 빈 병은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그러나 앱솔루트 병 디자인이 처음부터 지금 같지는 않았다고 한다. 앱솔루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1980년도 미국인들은 보드카라면 러시아가 최고라는 인식이 확고했고, 실제 그 당시 수입 보드카 시장의 80%는 러시아 브랜드였다고 한다.
이 때 스웨덴의 디자인 에이전시 카를손 & 브로맨이 디자인 변화를 제안한다. 당시 보드카 병들은 따르기 쉽도록 병의 목부분이 길었고, 투명한 액체를 숨기기 위해 색소가 강한 색유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무색, 무미, 무취’라는 순수한 앱솔루트의 특징과 부합하는 심플하면서 투명한 병을 제안한 것이다. 실제 스톡홀롬의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의약용 병에서 영감을 받아 의약용 병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유리 공장에 술병 의뢰를 맡겼다고 한다.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앱솔루트 병 디자인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독특한 병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알리기 위해 광고대행사 TBWA가 병의 신비로움을 부각하는 광고 캠페인 전략을 제시한다. 술병 위에 후광을 넣은 다음 ‘ABSOLUT PERFECTION’이라는 카피만 남겼다. 이 런칭 광고는 엄청난 반응을 이끌었다. 도서관에서 잡지에 실린 앱솔루트 광고를 몰래 찢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앱솔루트는 현재도 기본적인 병 형태는 유지하면서 특별한 컨셉이나 나라 특성에 따라 높이, 폭의 비율을 다르게 하며 색다른 시리즈 병을 생산하면서 기존의 관습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완벽한, 완전한, 확실한’의 의미를 담은 ABSOLUT(스웨덴어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끝 ‘E’를 탈락시켰다) 와 다른 하나의 단어가 결합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광고를 30년이상 지속해오며 앱솔루트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이유 셋. 창의적이다.
단순히 예쁜 병 디자인에서 그쳤다면 앱솔루트는 지금처럼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앱솔루트의 성공은 기발함을 넘어서 과감하고 대담한 마케팅으로부터 나온다. 시대적 사건과 문화, 예술, 각 나라의 가치를 병 속에 담아 풀어내는 앱솔루트의 마케팅 전략을 만나다 보면 앱솔루트의 핵심 가치인 ‘세상을 발전시키는 창의력’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은 궁금증이, 그리고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앱솔루트는 창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예술과 음악, 패션 분야의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이는 최초의 아트마케팅 사례로 남게 된다. 1985년 팝아티스트 앤디워홀과 함께 ‘앱솔루트 워홀(Absolut Warhole)’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키스헤링, 스파이크 존스 같은 세계 아티스트들과 함께 예술가 시리즈 패키즈를 내놓으며 문화적인 브랜드로 각인시킨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명망 높은 캠페인이 되어있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앱솔루트의 노력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2017년부터는 ‘CREATE A BETTER TOMORROW, TONIGHT’ 캠페인을 진행하며 세상을 발전시키는 창의력, 즉 새로운 생각이 인류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앱솔루트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 특히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숨김없는 보드카’ 영상은 완벽한 품질을 위한 앱솔루트 보드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28명의 모든 직원이 알몸으로 나와 숨김없이 공개한다. 브랜드에 대한 직원들의 진정 어린 사랑과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지속성과 투명성을 아무도 할 수 없는, 앱솔루트만의 방법으로 보여준 것이다.
‘술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원래 내 마음속에 있던 즐거움을 더하거나
슬픔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줄 뿐, 본질은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앱솔루트를 마시는 순간 만큼은 언제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창의적인 나를 느낄 수 있는데…
음.. 아무래도 기분 탓인 것 같다.
글. Gerrard 팀 이은송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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