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다양한 방송을 통해 파급력을 행사하던 것에서 개인 미디어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또 아이돌 멤버들도 속속 자신의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엑소 백현(백현 Baekhyun·180만명), 소녀시대 태연(탱구TV·95만명), 에이핑크 보미(뽐뽐뽐·72만명), 아이콘 송윤형(송슐랭 가이드·25만명) 등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이들은 순식간에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다.
이들의 콘텐츠도 다양하다. 팀 활동 중 보여줄 수 없는 커버곡이나 무대와는 다른 일상생활을 보여주며 새로운 덕질 채널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여느 유튜버들처럼 명확한 콘셉트를 정해 채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강동원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모노튜브를 통해 헐리우드 도전기와 LA생활을 공개했다. 또 신세경(64만명)과 이하늬(12만명)도 자신의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여배우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팬들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김병지(꽁뵹지tv)와 송종국(송타크로스) 등 스포츠 스타의 유튜브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존 미디어에서 파워를 가진 이들이 유튜브로 옮겨 오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이들의 유튜브 입성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며 순식간에 관심을 끌게 된다. 때문에 유튜브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어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백종원의 경우 채널 개설 3시간만에 실버버튼의 기준인 구독자 10만명을, 3일만에 골드버튼의 받을 수 있는 구독자 100만명을 모았다. 또한 약 한 달만에 2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전통매체와 뉴미디어를 오가는 이들을 통해 콘텐츠의 영향력과 미디어의 파급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기존 미디어에서 유튜브로 넘어오는 이들도 있지만, 역시나 유튜브의 장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이라는 것에 있다. 때문에 전혀 예상치도 못한 데서 새로운 콘텐츠가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업로드 9개월만에 약 47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 주인공은 빨간 대야에 담긴 두더지다. 고구마를 캐다가 포획된 두더지의 모습과 함께 두더지의 습성과 농작물에 미치는 피해, 대처법 등을 이야기해준다. 별 다를 것 없는 콘텐츠이지만 두더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1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데 이어 시골생활에 매력을 느낀 이들 사이에서 꾸준히 구독자가 늘었다. 사실 이 채널은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말투에 배경 음악도 편집도 거의 없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별도의 편집을 거치치 않고 마치 라이브 방송 형식으로 쓴 700여개의 농사 일기가 올라와 있다. 별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1년여만에 17만명의 구독자를 확보, 유튜브로부터 실버 버튼을 선물 받았다. 베테랑 농사꾼으로 농작물 키우는 법과 동물들과 함께 어우러진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무공해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튜브에 진출하든, 차별화를 바탕으로 구독자를 모으든 누구나 유튜브를 하는 시대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유튜브에 도전하는 무한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인 것이다.
너도나도 유튜브에 뛰어드는 사이, 강력한 콘텐츠 생산자인 방송사들도 슬그머니 유튜브로 들어왔다.
MBC 김태호 PD는 현역 방송국 소속이지만, 유튜브에 ‘놀면 뭐하니’ 채널을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무한도전’을 통해 이미 인정받은 스타 크리에이터이지만, 새로운 콘텐츠 실험을 진행, 이를 방송 콘텐츠와 연계할 계획이다. SBS의 디지털 플랫폼 모비딕은 본격적으로 MCN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예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로 유튜브에 가세하는 한편 방송사들은 클립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도 유튜브에 백기를 들었다. 앞서 2014년 12월부터 MBC와 SBS, 종편 4개사와 CJ E&M 등 7개 방송사는 유튜브에 영상 클립 공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대신 스마트미디어렙(SMR)을 통해 포털 등 온라인 영상편성권을 광고사업권을 자체 운영키로 했다. 이후 약 5년 만에 슬그머니 유튜브로 돌아왔다. 9대 1이라는 파격적인 광고 배분율을 갖고 국내 포털로 콘텐츠를 독점 공급해왔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유튜브의 수익률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듯 콘텐츠 강자라고 하는 방송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튜브로 회귀할 만큼, 콘텐츠 생산자라면 거스를 수 없는 ‘필(必)유튜브 시대’가 됐다.
이렇게 모두가 유튜브를 하는 시대, 기업 유튜브 콘텐츠 담당자들에게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모두’라는 답이 돌아온다. 유명인이든 크리에이터든 또 기존에 콘텐츠를 생산하던 방송사든, 유튜브에서는 모두 콘텐츠 경쟁자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콘텐츠를 광고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광고를 회피할지 노력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채널에 들어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도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 속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이 광고 등 기업 메시지를 담아내는 공식 채널과 별도로, 재미와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두 번째 계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세컨드 채널 ‘웃튜브 – WooTube’를 개설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인기 크리에이터인 ‘1등 미디어’와 협업하거나 인강을 소재로 10대에게 금융 상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직종별 소득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최근에는 금융약관을 ASMR로 읽어주는 콘텐츠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심의 경우 라면을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라면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라면과 관계 없어 보이는 연애 웹드라마는 여느 콘텐츠 제작소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라면을 맛있게 먹는 레시피와 ‘면 먼저 vs. 스프 먼저’와 같이 라면에 관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토론도 이뤄진다.
또 CJ그룹은 ‘일상연구소(LIFESTYLE LAB)’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 CGV, 올리브영 등의 자사 홍보 콘텐츠를 비롯해 K-푸드와 K-뷰티 등을 통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사내 구성원들이 콘텐츠 생산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상연구소의 첫 번째 연구일지 ‘영화관에서 후추팝콘을 팔려고 했던 사람?!’에는 직접 개발자가 등장해 다양한 팝콘을 리뷰한다. 해당 콘텐츠의 기획자는 셰프가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프리미엄 제품을 단순히 ‘맛있다’를 넘어 재미있게 표현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내부 직원을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기업 콘텐츠에서 내부 구성원은 중요한 자산이다. 일반 소비자의 시각과 더불어,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비자의 시작으로 해설해주는 역할에 최적화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직원들이 직접 반도체에 대해 쉽게 풀어주는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으며, NH농협은행은 NH튜버란 이름으로 사내 인력을 선발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원의 브이로그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직무별로 회사원의 하루를 선보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부터 회의하고 밥먹는 모습까지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담는다. 소비재보다는 B2B가 많은 기업의 특성과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통해 소비자들과 가까워지려 시도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직원들이 크리에이터로 나서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조직 구성원인 지니와 미미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하고 있다는 ‘쇼알(쇼핑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은 빠르게 돌아가는 온라인 쇼핑을 재미있게 담아낸다. 특히 두 진행자가 다양한 체험은 물론, 분장까지 불사하는 몸을 사리지 않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현장을 찾아가 브이로그 형식의 비디오 콘텐츠에 담아내는 ‘원간다(원매니저가 간다)’ 역시 조직 구성원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다.
다양한 인프라는 갖춘 기업 뿐만이 아니다. 지자체와 정부 부처들도 유튜브 콘텐츠를 고민한다. 이 가운데 활약이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청주시청. 페이스북 등에서 인기를 얻었던 그 B급 감성을 그대로 영상 콘텐츠로 옮겨왔다. 개성있는 크리에이터의 재미난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곳곳에 시정홍보가 묻어난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유튜브. 올 상반기 유튜브에는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며 모두가 유튜브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게 모두가 유튜브를 하는 만큼 ‘잘’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유튜브이기에, 그 안에서 나 혹은 우리만의 색을 이제라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글. 더피알 조성미 기자
더피알 조성미 기자 ┃ 국내 유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의 기자.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찾고 있다.
* 본 칼럼은 SM C&C Letter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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