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기에 빠진 OOH광고 시장
글. 광고사업Unit CM4팀 김영광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은 대한민국 사회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해외여행이 일년 반 넘게 어려워졌으며 지금은 일상화되었지만 ‘재택근무’라는 낯선 근무 형태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또,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체험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멘붕’에 빠지게 했다.
코로나19는 광고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바깥 활동이 위축되면서 특히 OOH광고 시장은 큰 타격을 입고 침체되었다. 2020년 OOH 총 광고비는 전년 대비 27.2% 감소했으며 그 중 극장 광고 총 광고비는 전년 대비 72%나 감소했다.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유동인구가 적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광고주들은 OOH광고를 멀리 하게 되었다. 2021년은 2020년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3분기를 넘긴 지금,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패턴 변화에 따라 오히려 역대 최고의 활황을 누린 매체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파트 엘리베이터TV’ 였다. 사람들의 ‘집순이’ 생활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바로 집 가까이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TV'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TV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판매 완료'를 기록했고 광고주가 대기를 걸어야 겨우 청약할 수 있는 희소성 높은 매체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여기에 아파트 엘리베이터TV 외에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각광받는 매체가 또 하나 등장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세로형 전광판’이다.
세로형 전광판 그 시작은...
먼저, 세로형 전광판의 태동시기를 되짚어 보자.
지난 2005년 휴대폰 시장과 OOH 광고 시장을 뒤흔든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휴대폰 시장의 변화는 삼성전자가 애니콜 ‘가로본능’ 폰을 출시했다는 것. LCD 화면이 가로로 돌려지는 신기술은 당시 소비자에게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을 가로로 촬영하고 TV DMB를 가로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문화적 충격’이었다. 가로본능 폰은 2009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피쳐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했다.
휴대폰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에 이어 OOH광고 시장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가로형 전광판만 존재하던 OOH광고 시장에 최초로 ‘세로형’ 전광판이 출현한 것이다. 그것도 명동 한복판에! 말이다.
명동역에서 을지로로 이어지는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명동 엠라이브’ 전광판이었다. 그러나 OOH 시장에서의 반응은 가로본능폰에 환호를 보내던 소비자들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세로형 OOH 광고를 향한 평가는 싸늘 그 자체였다. '세로형으로 길쭉하게 전광판을 만들면 눈에 잘 들어오겠냐'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세로형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좁은 건물 벽면으로 인해 사이즈가 작았고 좁은 골목으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았으며 가시각도가 높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다. 더 좋은 조건의 입지를 확보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지 모른다.
OOH 광고시장, 세로를 허하다! 세로형 전광판의 부상
그 후로 10여년 간 세로형 전광판은 거의 설치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8년 드디어, 삼성역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벽면에 엄청난 사이즈의 세로형 전광판이 다시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CJ파워캐스트의 ‘H-WALL’이었다.
코엑스 주변 지역이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미 K-POP 스퀘어에 가로형 초대형 사이즈 전광판을 선보였던 CJ파워캐스트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광활한 벽면을 활용하여 2차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엄청난 사이즈와 가시거리로 인하여 H-WALL이 (기존과는 180도 다른)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같은 해에 강남 전광판 최고의 입지인 학동사거리 S&S타워에 세로형 전광판이 바로 설치되었다.
두 전광판의 큰 성공은 추후 신규 설치되는 전광판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19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도산대로, 삼성역, 강남역을 중심으로 세로형 전광판만 10여개가 등장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들 전광판의 판매율이 코로나19 이전 시점을 역전해 오히려 높아졌다. 특이한 점은 신규 설치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가로형 전광판 상당수가 세로형으로 다시 설치된다는 것이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전광판과 을지로입구 경기주차빌딩이 대표적으로, 세로형으로 재설치한 후 평가와 반응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세로형 전광판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가로형보다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가로·세로 길이 상관없이 면적 225㎡ 이하’로 전광판의 규격을 정해 놓았다. 원래 세로 길이는 최대 8미터였으나, 지난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세로 길이의 규제가 없어졌다. 가로형의 경우, 대부분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데 최근 고층 건물이 늘어나 옥상 설치는 대부분 불가하다. 벽면에 설치할 경우엔 대부분 가로 폭이 좁아 규정에 있는 규격을 최대한 활용하기 어렵다. 즉, 규정에 맞춰 최대 규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로형만이 유일한 답이다.그래서 최근 신규 설치되는 전광판은 대부분 가로 13미터, 세로 17.2미터 규격이 표준화되고 있다.
둘째, 지면에서 화면이 가깝다는 점이다. 가로형은 층수가 높은 옥상에 설치될 경우 가시각도가 높아 멀어 보이며,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 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불가하다. 그러나 세로형은 위아래를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아래쪽 화면이 지면과 가까워 자연스러운 가시 각도가 나올 수 있다.
셋째,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세로형 화면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가로본능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지난 10여년 간 생활의 중심이 되고 화면이 커지면서 이제 세로형 화면을 보는 것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세로형 화면이 더 세련되게 느껴진다. 더구나 최근 디지털 광고 트렌드도 세로형을 지향하면서 OOH 소재를 별도 제작할 필요 없이 오히려 다양하게 활용할 매체가 필요해졌다.
넷째, 지하철 이용객이 줄고 자가용 이용객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가용으로 이동한다. 전광판에 노출될 유동인구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 또, 운전 중에 좌우를 살펴야 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세로형 전광판은 시각적인 부담이 덜하다. 세로형 전광판은 시야 정면의 좁은 각도만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로형 전광판의 전망과 기대
위에서 언급한 장점 때문에 당분간 전광판의 트렌드는 세로형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광고는 무조건 크기와 임팩트를 지향하며, 전광판이 건물 외벽에 설치되는 한 모든 건물은 세로로 더 길기 때문이다. K-POP 스퀘어 미디어 정도의 임팩트가 아니라면, 가로형 전광판은 광고주의 외면을 받고 점점 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규제가 너무 심해서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전광판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엑스 주변 자유표시구역을 전 시내로 확대해야만 광고주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참신한 전광판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1982년 당시 미래 사회를 묘사한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배경은 이미 지난 2019년이었는데,
영화에서 봤던 전광판을 우리 대한민국 현실에서 언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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