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김성주와 안정환이 나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월드컵 때 축구중계를 한 콤비답게 실제로 경기를 중계하듯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네티즌들과의 설전으로 인해 실시간 검색어가 바뀌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안정환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였던 솔샤르를 두고 미드필더라고 하자, 네티즌들은 ‘미드필더가 무슨 말이냐, 공격수가 맞는 포지션 아니냐’라며 반론을 펼쳤습니다. 35년 축구 인생을 자랑하는 안정환과 네티즌들의 설전은 급기야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오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다시 방송에서 언급되면서 출연자인 안정환과 김성주 그리고 방송 중에 언급되었던 다른 인물들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대한 Buzz를 일으킨 것입니다.
라디오 프로 ‘두 시 탈출 컬투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생방송 도중 배우 장근석이 우연히 방문을 한 것이지요. 스튜디오에 들어와 청취자에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방송에 참여했습니다. 컬투는 이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청취자들에게 장근석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려주자고 제안을 해서 결국 성공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의도된 Buzz인 것이죠.
최근 브랜드들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광고대행사들은 Buzz를 측정하는 지표까지 개발해 이를 위한 전략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랜더 어소시에이츠’의 앨런 애덤슨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세계에서 급속도로 입소문이 나는 경험은 광고비를 아무리 많이 들인다고 해도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전략적 입소문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사례들 중에서 흥미로운 ‘전략적 입소문'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 폭스바겐 – Wolkswagen >
폭스바겐은 2014년 9월부터 새롭게 Fédération Française de Football(프랑스 축구협회)와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사실을 최대한 단기간에 프랑스 축구 팬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생각을 뒤집는 캠페인을 집행해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폭스바겐 브랜드 네임을 잘못된 철자로 광고한 것이었습니다.
2015년 3월 26일에는 프랑스 축구팀과 브라질의 친선경기가 있었습니다. 이 날 폭스바겐은 경기장 내에 있는 전광판을 활용한 기업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시청하던 사람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폭스바겐의 철자가 틀린 것이죠.
‘Volkswagen’으로 적혀있어야 할 브랜드 네임이 ‘Wolkswagen’으로 전광판에 뜬 것입니다. 이것을 눈치 챈 사람들은 트위터에 부정적인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 폭스바겐이 웍스바겐이 되었나?’, ‘폭스바겐의 철자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다니 부끄럽다’, ‘폭스바겐 마케팅 담당자에게 상당히 유감스럽다’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폭스바겐은 그것이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들은 긍정적으로 돌아섰습니다. 트위터에는 ‘폭스바겐의 훌륭한 마케팅이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게 되었죠.
경기가 진행되는 90분동안 폭스바겐의 틀린 철자 마케팅은 트위터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습니다. 폭스바겐의 ‘잘못된’ 광고는 6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시청자와 8,000여명의 경기장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그 결과 경기가 끝날 때까지 7,500건이 넘는 트윗 수와 20만개의 미디어 임프레션이 발생하였습니다.
폭스바겐은 ‘틀린 철자’ 캠페인을 통해 단 90분 만에 자사가 프랑스 축구 협회의 새로운 스폰서가 되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알렸으며, 동시에 더 이상 대중들이 폭스바겐의 철자를 헷갈리는 일이 없도록 인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 Tree of Life – Parking Wheelchairs >
우리는 종종 일반 운전자들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오르내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넓고 크게 만들어졌으며, 항상 그들을 위해 비워져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사회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더욱 더 큰 불편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Tree of Life는 일시적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조지아의 가장 사람과 차량으로 붐비는 도로에 어느 날 아침 갑자기 70대의 휠체어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모든 공공 주차장의 자리를 차지해버렸죠. 장애인전용주차구역뿐만 아니라, 일반주차구역까지 모두 휠체어가 막아버리자, 사람들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지만, 간단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편의를 위해 남의 권리를 침범한다면 얼마나 큰 불편을 겪게 되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죠.
< Beko - Global Fan Wave >
FC 바르셀로나와 협력 관계를 맺은 가전 브랜드 BEKO는 FC 바르셀로나 팬들과 함께 축구팀을 응원하는 동시에 자사를 홍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빅 매치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벌어질 때, BEKO는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의 협동심을 활용한 응원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축구 경기장에서 대표적인 협동 응원전은 파도타기 입니다. BEKO는 경기장의 LED 전광판을 이용해서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 있는 팬들까지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BEKO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팬들로 하여금 손쉽게 만세 영상을 녹화할 수 있게 했고, 경기 중 파도타기 응원전이 펼쳐지면 LED 전광판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녹화하여 보내온 만세 영상을 동시에 틀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전 세계에서 5억 명의 사람들이 시청했습니다. 팬들의 파도타기 영상은 135개 국에서 7,656개가 만들어졌고, 천만여 명의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5천만번 이상의 광고 노출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BEKO의 캠페인은 많은 언론에서도 기사화 되어 결과적으로 970만 달러의 광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 Lidl - Bosse's Milk >
독일의 할인 마트인 Lidl은 스웨덴에도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Lidl에서 판매하는 우유가 스웨덴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웨덴인들은 Lidl이 독일 브랜드였기에 독일산 우유라고 착각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Lidl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발한 방식으로 자사의 우유를 리뉴얼하여 출시했습니다.
Lidl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일반인이 Lidl에서 판매하는 우유가 독일산 우유라며 댓글을 통해 비판했습니다. 그 댓글을 작성한 사람의 이름은 Bosse Elfgren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남성이었죠. Lidl은 바로 이 댓글을 기반으로 한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자사의 우유 이름을 ‘Bosse’s Milk’라고 변경하여 출시했고, 신문과 TV, 옥외 그리고 심지어는 비행기를 통해 하늘에도 광고를 했죠. 새롭게 리뉴얼 된 우유는 실제로 모든 Lidl에서 판매 됐고, Bosse라는 남성은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우유에 신기해하면서도 창피해했다고 합니다.
리뉴얼 캠페인을 1년간 진행한 결과 Lidl의 우유 매출은 8.2%나 상승했습니다. 또한 각 종 미디어와 SNS에서도 바이럴 효과를 불러일으켰죠. 자사의 우유에 대한 루머에 통쾌하게 반격한 Lidl의 캠페인은 2015 칸 국제 광고제의 Direct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글. 채용준 플래너(MTC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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