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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Insight

여성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아니, 우리 모두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Creative for WomenAll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여성의 날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여성들의 업적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 기념일은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제킨트가 제창했는데, 1908년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1977년 유엔은 총회를 개최해 여성의 권리와 국제 평화를 위한 UN의 날을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 운동에 대한 탄압적인 정책을 유지하던 시절에는 세계 여성의 날이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다가 198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개적으로 기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여성의 날을 맞이했지만 우리네 현실은 여전히 깊고도 높은 남녀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업 임원 100명 중 여성은 3명뿐일 정도로 유리 천정이 단단하며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을 여성이 부담하는 등 여성차별 해소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이러한 불평등을 깨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데, 여성을 주 소비자로 한 글로벌 FMCG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의 캠페인 몇 개를 살펴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Frauenzentrale Zurich - Woman should not be worth less

스위스와 같은 선진국 나라에서도 남녀 간 불평등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같은 직급에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 25%나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똑같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요. 


 

스위스의 비영리 단체인 Frauenzentrale Zurich는 이와 같은 불평등을 알리기 위해 특별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동일한 상품의 포장만 다르게 하여 판매했는데요. 같은 상품이라 할지라도 한 상품엔 뒤에 독일어 접미사 – IN을 붙여 모두 여성명사로 만들었죠. 

그리고 이 접미사가 붙은 상품들을 더 싼 가격에 책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상품을 팝업 스토어, 유명 홈쇼핑 프로그램에 진열해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하라고 광고했습니다. “스위스의 여성들은 가치가 없잖아요, 그렇죠?” 하는 반어적인 메시지와 함께요. 그러나 실제로 온라인 스토어에서 이 제품들을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에 서명하고 동참할 수는 있죠.

 

 이 캠페인은 TVC를 통해 방영되었을 뿐만 아니라, 빌보드와 인쇄 광고로도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었는데요. 확실한 건 이와 같은 임금 불평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내가 구매하는 물건값의 미묘한 차이에는 민감하면서 왜 내가 받는 임금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걸까요?




 



Ariel - Share the Load

이 글을 읽고 계신 유부남 분들 혹시 귀가하시면 바로 TV를 보시다가 주무시나요? 그러는 동안 부인은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요? 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하는데요. 부부가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여성은 많은 집안일을 하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인도 여성 중 약 73%가 남성이 집안일을 도와주기보다 쉬는 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G의 세제 브랜드 Ariel 은 집안에서의 가사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Share the Load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캠페인은 ‘빨래가 여성의 일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지는 TVC를 방영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 TVC는 많은 언론 매체에서 화제가 되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어 Ariel 은 ‘His and Her’라는 패키지 세제를 출시했습니다. 이 패키지에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용 방법을 담은 책자도 들어 있습니다. 
 




또 다양한 의류업체,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세탁 라벨에 ‘이 옷은 여성과 남성이 모두 세탁할 수 있습니다.’라고 표기했습니다. 결혼정보업체와 제휴하여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는 란에 ‘당신의 파트너와 집안일을 나눠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항목을 추가하는 등의 다양한 멀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150만 명에 달하는 남성들이 집안일을 나눠할 것을 서약했으며, 950만 달러에 달하는 PR 효과를 얻었습니다. 16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노출되기도 했죠. 소비자 참여도 3배나 늘었으며 판매도 60%나 증가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캠페인이 인도의 많은 남성들에게 가사 일을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것입니다! 
 


Share the Load 캠페인은 2015년 Cannes Lions에서 Glass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Glass 부문이 2015년에 처음 신설된 부문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성 역할을 올바르게 표현한 작품을 선정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렇게 양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The Representation Project는 양성평등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데요. 그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Always - Girl Emojis
작년 한해 큰 이슈가 되었던 Always #Like A Girl 캠페인을 기억하시나요. 여성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Always가 #Like A Girl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올해는 Girl Emojis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72%에 달하는 소녀들은 사회가 그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제약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처럼요. 여자아이들은 ‘이모티콘’을 쓰길 좋아하는데요. 이 이모티콘들이 정말 그들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Alway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67%의 소녀들은 심지어 이모티콘조차도 여성을 제약함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Always는 다시 한번 이런 고정관념을 깨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이모티콘이 있죠. 하지만 여자로 대표되는 이모티콘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또 있다고 하더라도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거나,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한, 혹은 신부일 뿐이죠. 자전거를 타거나, 서핑을 하거나, 농구를 하는 이모티콘들은 모두 남성이죠. 

영상 속 인터뷰에 참여한 아이들은 전문적인 직업을 나타내는 이모티콘들은 온통 남성들뿐이라고 말합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어떤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냐고 물으며 우리에게 가르쳐 달라는 메시지로 끝이 납니다. 실제로 트위터에 Always를 태깅하고 원하는 이모티콘을 말하면 Always가 예시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Always에 따르면 소녀들은 사춘기 때 신체의 급격한 성장과는 달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어간다고 하는데요. Always는 이것이 그녀들이 생각하는 자신다움과 사회와 어른이 나타내는 ‘고정 관념화된 소녀다움’의 사이에 갭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모티콘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해 주고자 Always는 소녀다움이 아닌 자신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네요. 이 영상은 공개된 지 1주일 만에 700만 뷰를 넘기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