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고민과 토론 그리고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광고가 집행되자마자 엄청난 오해와 비판에 시달리고 해명을 해야 하거나 때론 사과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최악의 광고'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말이죠. 사람들로부터 '최악의 광고라고 평가받는 광고들은 대부분 한 가지가 모자랐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성 감수성(Gender Sensitization)입니다.
성 감수성은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을 의미합니다. 여성이나 남성에 대한 고정되고 편협된 시각을 내포하고 있는 광고들은 여지없이 '최악의 광고’라는 평가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갓 결혼한 새댁부터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줄곧 여성만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광고, 신상 명품 가방을 획득할 수 있는 종합해결책이 남자 친구라는 화장품 광고, 군대 가니깐 이제 정신 좀 차리겠네~라고 놀리던 포인트 광고. TV CF 이외에도 인쇄,버스 광고, 배너 등 생각보다 많은 광고가 성 감수성 결여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성 감수성을 건드린 광고 캠페인들을 살펴보면서 성 감수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우디 (AUDI) - #ChangeTheGame
핑크색 옷을 입고 인형을 가지고 노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떤 그림을 떠올리고 계신가요? 혹시 먼저 언급한 아이는 여자아이로, 다음은 남자아이로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아마존은 지난해 초부터 어린이용 완구 분류 중 ‘남아용’, ‘여아용’ 등 성별 분류를 폐지했습니다. 디즈니도 지난해 핼러윈 복장과 액세서리 등을 남녀 구분 없이 ‘어린이용’으로만 표기했죠. 사회적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대중에,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는 의미인데요. 그럼에도 여아를 위한 장난감, 남아를 위한 장난감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우디 스페인 법인은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에 성별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상기시키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3분가량의 영상은 선명하게 핑크와 파랑으로 나누어진 장난감 가게를 비추며 시작됩니다. 불이 꺼진 장난감 가게에서 한 여자 인형은 핑크색 마차를 버리고, 건너편 파란색 진열대로 넘어가는데요. 소방차, 경찰차, 스포츠카 등 수많은 차의 구애를 뒤로한 채, 파란색 아우디를 선택하죠. 그에 따라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아우디.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운전석으로 향합니다! 차를 운전하며 그녀가 만나는 인형들 또한 성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데요.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은 신 나게 공놀이를 즐기고, 남자들은 그런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핑크색으로 가득 찬 카페 테라스에서 우락부락한 남자 인형은 잡담 시간을 갖고 있죠.
그렇게 한바탕 드라이브를 즐기고 난 인형은 오픈 시간이 되어 불이 켜지는 바람에, 복도 한가운데 멈추고 맙니다. 그 차를 집어 든 한 소년이 이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엄마에게 묻는데요. 엄마는 ‘이 인형은 어울리지 않게 왜 여기 있지?’라며 아우디에서 여자 인형을 빼 핑크색 진열대에 놓아둡니다. 그리고 ‘운전처럼, 놀이 또한 성별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등장하는데요. 결국, 소년은 다시 돌아와 둘을 모두 선택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 구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공개된 이 영상은 3일 만에 10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TV와 극장에서 함께 진행한 덕에 더 큰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아우디는 500개 한정으로 자동차와 인형 세트를 준비했으나, 영상 공개 후 갑작스럽게 증가한 수요에 따라 추가 제작을 고민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우디는 이 광고를 통해 장난감은 그저 장난감일 뿐, 굳이 남아용, 여아용을 구분 지어 성 고정관념을 주입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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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UDI) - #ChangeTheGame
Kodak - Understanding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혹은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마음껏 셔터를 누를 수도,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도, 즉시 삭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필름 카메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만이 갖는 따뜻하면서도 특별한 감성 때문일 텐데요. 필름 카메라의 대표 주자 코닥에서 아날로그만의 감성을 보여준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약 2분 30초가량의 이 영상은 자사의 35mm 필름 카메라로 제작되었는데요. 동성애자인 아들과 그런 아들을 이해하기까지의 아버지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주인공의 여동생이 방문을 열면서 시작됩니다. 여동생은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성 친구 간의 키스 장면을 목격하고 말죠. 이제부터 강제 커밍아웃 후의 상황인데요. 아들과 아버지, 모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없는 방에 들러 방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아들의 야구 경기를 볼 때도, 함께 식사할 때도 결코 아들의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듯한데요.
그렇게 주인공의 생일이 옵니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주인공은 가족들로부터 건네받은 생일 선물을 풀어보는데요. 주인공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방안에서 발견한 아들 짝의 사진 한 장을 액자에 담아 선물로 준 것입니다. 여기서 사진 한 장에 담긴 강력한 메시지가 느껴지시나요?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며 영상은 끝이 납니다.
이번 홍보 영상에 코닥의 제품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카메라에도 코닥의 로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된 이 영상 덕분에 사람들은 제일 먼저 이 영상에 사용된 35mm 필름 카메라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동성애라는 소재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애를 담아 담백한 톤으로 전달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필름 사진만이 갖는 강력한 힘을 이야깃거리에 녹여, 별다른 대사 없이도 완성도 있는 담화에 성공한 캠페인 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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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ak - Understanding
Huggies - Dad’s Pregnant Too
임신은 여자의 경험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기스는 미래에 아버지가 될 남성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임신을 체험하게 해주고자 하였습니다. 초음파 검사의 보완 수단으로 특별한 벨트를 제작한 것이죠. 하기스는 여성의 배에서 느껴지는 태아의 발차기를 실시간으로 재현할 수 있는 벨트를 제작하였습니다. 벨트는 임부용과 남성용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부가 각각의 벨트를 착용합니다. 태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여성이 느끼는 느낌 그대로를 남성이 찬 벨트가 재현해내어 남성에게도 똑같은 느낌을 전달합니다.
처음으로 태아의 움직임을 자신의 몸으로 느껴본 미래의 아버지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정말 자신의 아기가 아내의 몸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를 깨닫기 때문이죠. 이 캠페인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언론을 통해 1억 8천만 여명의 잠재적 독자에게 노출되었습니다. 트위터 경향 주제에도 순위 되었으며, 하기스 페이스북 글은 3백만여 건 공유되었고, 유튜브에서는 5백만 부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캠페인이 공개된 지 3일 만에 하기스 공식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264% 증가하였고, 전체 판매량의 13%에 해당하는 6억 개의 기저귀 제품이 더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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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gies - Dad’s Pregnant Too
PrimaDonna - E CUP DAY for men
벨기에의 PrimaDonna는 C컵에서 J컵까지 큰 치수에 특화된 고급 란제리 상표인데요. 이 회사에는 소수의 남성 직원들이 있습니다. CEO는 정작 본인이 남자인데 어떻게 E 컵 여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봐 스스로 몇 번이나 숙고한 끝에 특별한 날은 선포하였는데요. 큰 가슴의 여성이 안고 있는 고민을 이해하기 위해 남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World E CUP DAY for Men’ 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은 아주 간단한데요. 가슴 치수가 큰 여성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녀들과 같은 상황이 되어 일상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이죠. 평균적인 E컵의 무게인 약 3kg의 추를 만들고 그 추를 목에 걸 수 있는 ‘E컵 체험 기구’를 개발하였습니다. 남성 사원들은 그 기구를 착용하여 온종일을 보내면 됩니다. 처음에 ‘E컵 체험 기구’를 착용했을 때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과는 달리, 점점 남성들은 불편을 호소했는데요. 추 무게로 허리가 아파 몰래 기구를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어깨가 뻐근해 남자 직원들끼리 서로 마사지를 해준다든가, 단지 걷기만 해도 E컵 기구가 흔들려 힘들어했습니다. E컵 기구가 방해해서 좀처럼 복사를 하기도 쉽지 않았죠. 하루가 끝날 무렵, ‘E컵 체험 기구’를 착용하고 하루를 보낸 남성 직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동영상은 8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1만 2,000건 이상이 공유되는 등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남자 직원들은 가슴 치수가 큰 여성의 생활을 체험해보았는데요. 직접 체험해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그녀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알게 되었죠. 앞으로 어떤 속옷을 만들어야 그녀들의 하루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관점을 체험해봄으로써 소비자를 위하는 진정성이 담긴 제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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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Donna - E CUP DAY for men
위의 캠페인 사례를 보듯 성 감수성이라는 게 용어만 좀 낯설 뿐이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조금은 편협한 시각으로 성별, 성 역할 등에 대해 바라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 감수성은 광고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웹툰 등 대부분의 콘텐츠에서도 담기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광고 제작에 어찌 보면 당연해야 할 성 감수성 때문에 '최악의 광고’라는 평가를 받는 일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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