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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플 눈에 보이는 야구장 숨은 마케팅!

치킨과 맥주를 챙겨라! 프로야구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메르스와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5년 프로야구는 첫 10구단 체제를 발판 삼아 역대 최다 관중인 약 736만 명을 동원했다. 올해에도 브라질 올림픽 같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있지만 여름에 한껏 달아오른 프로야구의 인기는 쉽사리 식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확인한 바 있다(2012년 715만 명 동원, 역대 2위).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고척 스카이돔 및 세계 최대 전광판을 설치한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 등 최신 시설로 무장한 구장들이 최초 800만 관중 돌파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편안한 경기 관람과 효과적인 광고 노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프로야구 구장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출처. 서울시설관리공단



홈까지는 멀어도 즐거움은 가깝다 : 외야석

과거 외야석은 타석과의 거리가 멀어 가장 저렴하고, 가장 늦게 관중이 차는 좌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스포테인먼트’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SK와이번스가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현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 파격적으로 잔디 석, 바비큐 석을 설치한 이후 각 구장의 외야석은 가장 개성 넘치는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SK와이번스는 지난 시즌부터 맥주는 물론 다양한 식사와 함께 편안한 실내 공간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바 ‘하이트 클럽’을 외야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설 외부에 설치된 대형 라이트박스 및 데크 광고물은 흥미진진한 야구 경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하이트에 대한 참신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수원 kt 위즈 파크도 역시 외야에 ‘하이트 펍’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주점도 참신한 시도이지만, 야구장 외야석 조성의 키워드는 역시 ‘가족’이다. 각 구장들은 외야를 활용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외야 전광판 하단에 기존 샌드파크와 연결되는 미니 놀이터를 조성했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도 외야에 패밀리 석, 잔디 석뿐 아니라 모래 놀이터를 설치하여 야구장으로의 가족 소풍이 가능토록 했다. 외야 광고물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우측 외야 잔디 석에 홈런존을 설치하고, 실제 기아자동차 차량을 전시해두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단순 차량 전시뿐 아니라, 해당 구조물에 바운드 없이 홈런을 때린 선수에게는 해당 차량 증정을, 홈런존으로 날아온 공을 주운 관중에게는 시즌 관람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여 또 다른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해태제과는 복수의 구장에 외야 펜스 광고를 집행하면서 ‘홈런 볼 홈런존’을 운영해, 해당 위치로 홈런이 나올 때마다 일정 금액의 제품을 적립해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야구장 광고의 꽃 : A 보드

야구장을 찾아온 관중에게는 직접 노출되지 않지만, 오히려 광고주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광고물이 있다. 바로 포수 뒤쪽 벽면에 위치한 A 보드다. TV 중계 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구 장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데,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 모바일 등 모든 매체의 생중계 및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 보드는 복수의 광고주를 차례차례 노출시켜 롤링보드라고도 불린다.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투수와 타자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화면을 전환(롤링) 할 수가 없어, 일정 투구 수(주로 2회)마다 다음 광고주로 넘어가게 된다. 대략적으로 한 광고주가 한 번의 중계 동안 노출되는 횟수를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308.6 (2015년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투구 수) / 2 (1회 전환기준 투구 수) / 15 (전체 광고주 수) ≒ 10.3회



구장 별로 전환기준 투구 수, 계약된 전체 광고주 수의 차이가 있겠지만, 위의 계산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광고주는 대략 한 경기당 10회 정도 A 보드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실제 투구 화면에서 노출되는 횟수이고 리플레이 화면에서의 노출까지 합치면 경기당 20~30회는 충분히 노출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광고주 입장에서는 자사의 브랜드를 다수의 시청자에게 반복 노출시킬 수 있고, 매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은 공간을 활용해 다수의 광고주를 유치할 수 있어 광고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A 보드는 종종 야구장 광고의 꽃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A 보드는 광고물 이전에 선수들의 시야에도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규제사항이 있다. 바로 흰색 바탕을 A 보드에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타구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아가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물적 특성 때문에 광고 표출 방식이 변경된 사례도 있다. 잠실구장은 2012년에 기존 아날로그 방식(여러 면의 인쇄물을 이어 붙여 한 면씩 돌리면서 노출하는 방식)의 A 보드를 디지털 LED 방식으로 전환하였으나 광고면이 너무 밝아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결국 2015년 다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복구 시키기도 했다. 올해 개장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중앙에 고정된 광고물 양옆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A 보드 2면을 배치했으며, 고척 스카이돔은 고정형 광고물 없이 디지털 방식 광고면 2면만 배치했다.



더 커지고, 더 똑똑해졌다 : 전광판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의 하나는 바로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 ‘빅보드’였다. 가로 63.398m, 세로 17.962m의 규격은 농구 경기장 면적의 약 3배에 달하며, 전 세계에 설치된 야구장 전광판 중 최대 크기다. 압도적 크기의 화면에서 나오는 생생한 영상은 물론 그동안 중계 화면에서 나 볼 수 있었던 360도 회전 리플레이, 스마트폰과 연동한 메시지 표출 및 선물 증정 이벤트 등의 구현이 가능하다.


지난 4월 9일 경기에서는 MBC 스포츠 플러스 스튜디오와 구장 현장을 이원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엠스폴을 이겨라’란 코너를 진행했다. 야구장에 있는 게임 참여자와 이종범, 양준혁 해설위원이 풍선 불기, 과자 먹기 대결을 펼쳤는데 이 장면이 전광판으로 중계되어 관중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도 독특한 모양의 전광판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로 36m, 세로 20.4m의 대형 전광판 주변에 야구장 베이스를 형상화한 라이트박스 광고판을 설치해 정형화된 사각형 디자인의 전광판에서 탈피했다. 이런 전광판의 대형화, 스마트화 추세는 타 구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산 사직구장이나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대형 전광판을 운영 중이고, 2018년 마산종합 운동 장터에 완공 예정인 NC의 새 홈구장에도 어떤 형태의 전광판이 설치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세계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과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 위상과 인기에 발맞춰 인프라의 향상뿐 아니라 프로야구 마케팅에 쏟는 기업들의 노력 역시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8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2016년 프로야구가 앞으로 어떤 마케팅 툴로서 우리들을 놀라게 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원혁플래너(OOH미디어팀)